내 안의 성전, 내 안의 천상 예루살렘을 건설합시다!
많은 교우가 성전에 함께 모여 소리높여 하느님을 찬미하고 열심히 기도하던 시절이 그리워지는 팬데믹 시대, 우리 앞에 다가온 현실은 큰 성찰거리 하나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무형(無形)의 성전, 내 안의 성전 마련의 필요성! 예루살렘 성전에 도착하신 예수님께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습니다. 성전 안팎은 수많은 환전상과 소와 양, 비둘기를 파는 상인들이 빼곡했고, 그들은 큰 목소리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속화되고 타락한 성전을 보신 예수님께서 분노와 슬픔 가득한 얼굴로 성전을 정화하십니다. 동물들을 성전에서 쫓아내십니다. 환전상들의 금고를 쏟아 버리십니다. 탁자들을 뒤엎어 버리십니다.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거친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거룩한 분노가 폭발한 것입니다. 이어서 유다인들에게 치명타가 될 강력한 한방을 날리십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요한 2,19).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성전은 새로운 성전, 참된 의미의 성전, 곧 당신 몸을 의미합니다. 아버지께서 늘 함께하시는 예수님 존재 자체가 새로운 성전이자 완전한 성전, 영원한 성전인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세례성사를 통해 예수님과 한마음 한몸이 된 우리, 성령께서 거처하시며 활동하시는 우리, 성체를 받아 모신 우리 역시 새로운 성전인 것입니다. “여러분 각자가 참다운 하느님의 교회입니다!”
물론 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성전으로 나아가 하느님을 찬미하고 함께 기도드린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습니다. 그러나 시국이 시국인 만큼 우리 안에 이미 마련되어 있는 ‘불멸의 성전’ 안으로 더 자주 들어가야겠습니다. 그 안에 자리하고 계신 하느님을 좀 더 자주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사막의 교부들께서 즐기셨던 호흡기도는 기도를 갈구하는 오늘, 우리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줍니다.
우선 편안히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목이나 어깨를 좌우로 흔들면서 잠시 스트레칭을 합니다. 허리를 곧게 펴고 머리도 똑바로 쳐듭니다. 눈을 감고 두 손을 펴서 하늘로 향하게 한 후 양 무릎 위에 얹습니다. 자세가 갖춰지면 평소보다 긴 호흡, 즉 심호흡을 시작합니다. 입은 다물고 코로만 호흡합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가 잠시 멈춥니다. 그리고 천천히 날숨을 내쉽니다. 열 번 정도 심호흡을 한 다음에는 한 가지 작업이 추가됩니다. 숨을 들이마실 때 하느님의 숨결, 성령의 기운을 들이마신다고 생각하며 들이마십시오. 숨을 내쉴때는 내 안의 걱정과 근심, 용서 못하는 마음과 불평불만을 몰아낸다고 생각하며 내쉬십시오.
“기도는 우리를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고요의 공간으로 인도합니다. 그곳은 하느님께서 살아 숨 쉬고 계시는 감실이자 지성소, 그 누구도 침해하지 못할 평화의 공간입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건강하고 온전해질 수 있습니다”(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
글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