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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의 못자리 김제 '수류 성당’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3-07-07 09:15:16 조회수 : 370

전북 김제시 금산면 수류로 643(화율리)에 위치한 수류 성당은 김제의 드넓은 평야에서 조금 떨어진 오지에 위치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화율리는 박해를 피해 온 가톨릭 신자들의 교우촌이 모태이기 때문입니다.

1882년 설립된 배재 공소가 1889년 봄, 배재 본당으로 승격했으며, 189510월 초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수류 본당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니, 수류 성당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140년 가량이나 거슬러 올라갑니다. 1887년 한불 수호 통상 조약으로 박해가 종식되고 비교적 선교가 자유롭게 이루어지던 때였으니, 숨어 살던 신자들에겐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성전이 절실했을 것입니다. 수류 성당은 처음엔 목조로 지어진 성당이었습니다. 성당 안 안내판 사진을 통해 당시 성당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목조로 올린 종탑이 격조 있게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현재의 성당은 1959년에 새로 지은 성당입니다. 첫 인상은 소박하고 단순한 모습으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알고는 그 아름다움을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수류 성당은 일제 말기, 인근의 400세대 주민이 모두 신자였을 만큼 신심이 깊었던 곳입니다. 하지만 한국전쟁 때 북한군이 지른 화재로 목조 건물은 전소되었고, 화재를 피해 빠져나온 신자 50여 명은 북한군에 잡혀 사망했다고 합니다. 남은 신자들은 이로부터 9년 후인 1959, 먹을 것이 모자라 겨우 연명할 수 있는 상황에도 어렵게 구호물자를 적립해 건축기금을 모으고, 냇가의 모래와 자갈을 날라다 만든 벽돌로 지금의 수류 성당을 건축하였다고 합니다. 자신들의 안위보다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하느님의 성전을 먼저 건축한 것입니다.

 

수류 성당 곳곳에 배어 있는 뜨거운 신심은 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답고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내력 덕분인지 수류 본당은 현재까지 20여 명의 사제와 많은 수도자를 배출하여 그야말로 성소의 못자리라 불리고 있다고 합니다. 따뜻한 빛과 청명한 하늘 아래에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묵상하는 하루가 되었습니다.


·사진ㅣ이선규 대건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