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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 너희와 함께!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3-05-25 09:36:27 조회수 : 436

성령 강림 대축일은 성령이 하늘로부터 내려온 일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사도행전 22-3절에 의하면,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고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성령이 내려앉았다.’라고 합니다. 성령을 체험한 사도들은 이때부터 두려움에서 벗어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만백성에게 선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처럼 성령 강림 대축일은 교회 설립 기념일이면서 동시에 하느님의 말씀을 온 세상에 선포해야 하는 선교의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합니다.

 

성령 강림으로 말미암아 하느님 백성들은 민족과 지역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친교와 일치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사도 2,4-11 참조). 성령께서 표현의 능력을 주시는 대로 사람들은 서로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 시작했지만, 저마다 자기 지방 말로 듣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바벨탑 건설로 인해 분열되었던 민족들에 관한 이야기(창세 11,1-9)와 대조를 이룹니다. 오늘 성령 강림은 미완결된 바벨탑 사건의 회복을 알리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성령 강림 사건을 통해 자신의 신학적 주제를 새 계약과 새 백성에서 새 창조라는 더 넓은 차원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부활하여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의 첫 번째 말씀은,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앞으로 당신께서 보내주실 성령을 통해 평화가 우리에게 내릴 것이며, 또한 우리는 세상을 향한 평화의 사도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바벨탑 사건으로 분열된 인류가 성령 강림을 통해 새로운 일치를 체험했던 것처럼, 성령께서는 새로운 창조를 통해 평화를 이루어주실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올해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 주님 부활 대축일미사에 참여한 10만여 명의 신자들에게 세상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특별한 당부를 하셨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되고 포로들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평화로운 대화가 이루어지기를, 시리아-튀르키예 지진의 피해가 회복되기를, 아이티의 고통받는 이들이 치유되기를, 미얀마와 로힝야족을 위한 정의가 회복되기를, 그리고 니카라과와 에리트레아 등 신앙의 자유가 금지된 지역에 하느님의 말씀이 선포되기를 인류가 함께 기도하도록 요청하셨습니다. 우리는 인류의 새 창조를 위해 바치는 작은 기도와 실천이 성령의 힘으로 세상에 평화를 가져다줄 것을 믿습니다. 오늘 내려오신 성령의 힘으로 암흑과 어둠이 가득한 이 세상에 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믿고 성령의 은혜를 간절히 청합니다.


글ㅣ박현민 베드로 신부(중견사제연수원 영성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