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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손길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3-05-25 09:35:14 조회수 : 394

시흥 능곡동으로 이사 온 지 13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능곡 본당에서의 신앙생활은 성당 건물도 없이 이웃 성당에서 더부살이를 하며 시작되었고, 주일이면 신자 가정에서 주일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이런 능곡 본당을 초대 교회 공동체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시작했던 13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특별한 본당 활동을 하지않았던 저는 큰아들이 첫 영성체와 복사를 시작하면서 점점 성당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초대 본당 신부님은 없는 살림이었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이든 해주시기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그중에서 성당 마당에 이동식 수영장을 만드신 것과 복사단과 산행하였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신부님은 산행을 시작하면서 복사들과 약속을 하셨습니다. '전국 국립공원을 완주하자.'고 약속 아닌 강요를 하셨고, 첫 산행이 한라산이었습니다. 10여 명의 아이들에게 겨울 한라산은 무리라고 생각하면서도, '힘들면 백록담까지는 안 가시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아들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백록담에서 저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사랑해.”라고 말을 했을 때, 저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백록담에 오른 아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그 후로 우리 가족은 복사단 산행에 동행하게 되었고, 신부님이 떠나시기 전까지 10여 개의 국립공원 정상에 올랐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난 시간이 내 머리와 가슴에 기억으로 남아있다가 추억으로 되살아나는 듯합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의 신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그때의 복사들이 지금까지도 모두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언젠가 그때를 기억하고 추억이 되살아나서 다시금 주님의 사랑스러운 자녀로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

 

아버지 하느님. 만남의 기쁨을 허락해 주시고 만남을 통해 당신 사랑으로 이끌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글ㅣ홍순해 크리스티나(능곡 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