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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을 가려주세요.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3-05-17 14:20:59 조회수 : 342

저는 가끔 제가 누군가를 대할 때 상대에 따라 행동과 말, 생각을 달리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제 행동이 이렇게 바뀌는 것은 처음 상대방을 보고 느낀 그 사람의 인상 때문입니다. 상대방을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제 마음대로 판단하고, 관계를 정합니다. 그래서 저는 눈을 감고 아무런 편견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느 날, 평소처럼 병원에서 근무하던 저에게 누가 봐도 허름한 옷차림의 할머니가 큰소리로 말을 걸었습니다. “내가 지금 너무 아파서 무섭고 힘든데, 젊은 아가씨가 나를 위해 기도 해줘.”

 

저는 그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저 어르신은 얼마나 힘들기에 일면식도 없는 나에게 저렇게 간절히 부탁할까?’

 

그날 저는 이상하게도 평소의 저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했습니다. ‘지금 당장 기도를 해드려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거동

이 불편하신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있는 십자가 앞으로 가 양손을 붙잡고 기도했습니다.

 

사랑이신 주님, 부디 이 어르신을 가엾이 여기시어 지금의 아픔과 두려움을 이겨내어 견딜 수 있게 해주시고, 자비와 사랑을 베풀어 주소서.” 20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그 기도 끝에 저는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매일 밤 주님을 닮은, 주님의 생각과 행동을 하는 주님의 자녀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지금의 내 모습은 왜 이렇지? 혹시 주님이 할머니의 모습을 하고 나에게 깨달음을 주려고 오신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누군가의 간절한 부탁으로 시작한 기도는 저의 큰 신앙 체험이었습니다. 주님은 어떤 모습으로 제게 오실지 모르니 늘 사람들을 사랑으로 대하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글ㅣ이세정 골룸바(인천교구 중2동 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