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에 기도 부탁을…
병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의사나 간호사들에게 더 많은 관심이 갑니다. 그러나 실상 병원이라는 거대한 배를 움직일 수 있게 해 주시는 분들은, 병원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시는 미화팀, 식사를 정성스럽게 만들어 주시는 조리팀, 주차장 관리나 건물을 관리해 주시는 관리팀과 같이 뒤에서 조용하게 일해 주시는 분들 덕분인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관심을 적게 받다 보니 보수나 대우도 적게 마련이고, 또 가끔씩 환자들에게 받게 되는 선물도 이분들과는 상관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언젠가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러 가는데 주차장 관리팀에서 일하고 계신 프란치스코 형제님이 저에게 다가오면서 조심스럽게, 그러나 웃음 띤 얼굴로 무언가를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주차에 관한 애로사항이겠지 생각하면서 긴장된 마음으로 듣기 시작했는데, 자세히 듣다 보니까 기도에 관한 얘기였습니다. 뜬금없는 무슨 기도 얘기냐고요? 가톨릭평화방송 프로그램 중 사정이 있어 기도 부탁을 하는 분들을 위해 신부님들께서 기도해 주시는 “기도해 드립니다.”가 있는데, 프란치스코 형제님이 바로 그 기도 프로그램에 우리 병원을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깜짝 놀라면서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평소에 말수도 적고 표정도 딱딱해 보이던 프란치스코 형제님이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을 위해 방송국에 기도를 부탁하는 그 마음을 생각해 보니 정말 고맙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근무하시는 동안 좋은 대접도 못해 드렸는데, 오히려 병원을 위해 기도를 부탁했다고 하니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우리는 평소 남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다른 사람이 더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고 인정받기를 원하는 마음…. 연극의 주인공 역할을 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마도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남몰래 뒤에서 기도해 주고, 누가 알아 주지 않아도 내 일을 묵묵히 성실하게 수행해 가면서 자신의 직장을 위해,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하시는 분들이 계시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쁘고 행복한 마음이 듭니다.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큰 선물인 것 같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기도보다 더 좋은 선물이 또 어디 있을까 생각해 보니,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방송국에 기도를 부탁하시는 프란치스코 형제님 같은 분이 진짜 우리 공동체 속의 성인 같은 분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저도 프란치스코 형제님과 그분의 가족들을 위해서 하늘 나라 방송국에 기도를 부탁해 보고 싶습니다.
서로 남을 위하여 기도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병이 낫게 될 것입니다. 의인의 간절한 기도는 큰 힘을 냅니다(야고 5,16).
글 | 조성연 요셉(하늘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