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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오로 가는 길”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3-04-21 09:23:27 조회수 : 1561

엠마오로 가는 길은 우리의 영적 여행을 의미합니다. 이 영적인 여행은 예수님을 알아가는 여정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가운데 두 사람이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엠마오라는 마을을 향해 걷고 있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그들 가까이 가시어 함께 걸으십니다. 그러나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제자들이 눈으로 예수님을 보고서도 그분을 알아볼 수 없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이들은 예수님에 대해서알고 있었을 뿐, ‘예수님을알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누구를 안다고 했을 때, 정말 그 사람을 아는 것인지, 아니면 그 사람에 관한 어떤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까운 사람에 대해서는 스스로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그 사람의 모습은 거의 대부분, 타인에게도 알려진 그 사람에 관한 정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정한 그 사람의 모습을 알기 위해서는 서로의 인격적인 만남이 필요합니다.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은 예수님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인격적 만남을 가지지 못했기에 예수님의 진정한 모습을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다가오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시며 인격적 대화를 먼저 건네십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과의 인격적 만남은 예수님으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께서는 식탁에 함께 앉아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십니다. 그러자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 때 같은 행동을 하시면서 받아 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마태 26,26)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 순간 제자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봅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알아보자 곧바로 예수님은 그들에게서 사라지십니다. 예수님의 참 모습을 만난 제자들에게 예수님의 형상은 더 이상 필요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세상 안에서 인간적 만남이 아닌, ‘성사 안에서 인격적 만남을 통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계십니다.

 

제자들은 이제 눈으로 예수님을 볼 수 없다 하더라도 예수님께서 항상 자신들 안에 살아계신다는 사실, 즉 심리학적인 용어로 대상항상성(object constancy)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성체 성사는 예수님이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사실과 성체 성사의 나눔의 신비를 통해 우리가 서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십니다.

 

성체 안에서 부활하신 주님과 인격적 만남을 체험하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엠마오의 여정을 걷고 있습니다. 그 여정 안에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 혹시 예수님을 알아보셨다면 참으로 복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글ㅣ박현민 베드로 신부(중견사제연수원 영성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