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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진 잔 채우기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3-04-14 09:42:23 조회수 : 365

하느님께서는 사랑이십니다. 우리에게 한없는 사랑을 베풀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다른 말로는 하느님의 자비라고 표현합니다. 자비는 육체적 자비와 영적 자비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육체적 자비는 굶주린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 마른 이들에게 마실 것을 주는 것이며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고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적 자비는 상처입은 이들을 위로하고 모욕한 자를 용서해주며 괴롭히는 자들을 인내로 견디어 내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비를 베푸실 때,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해 행동하셨습니다. 자비의 근본은 내가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행하는 것에 있습니다. 우리 교우들은 이러한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고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참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실천하기에는 내 안에 사랑이 없기 때문입니다. 잔에 물이 넘쳐야 다른 잔에 물을 채울 수 있는 것처럼, 내 안에 사랑이 없다면 누군가를 사랑하기란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사랑을 실천해내고 있지 못합니다. 우리는 주기보다는 받기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어미 새에게 양식을 달라는 아가 새처럼 입만 벌리고 먹이를 받아먹고자 하는 욕심 어린 마음을 보이는 것이죠.

 

사랑을 베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내가 하느님께 받은 자비가 무엇인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내가 힘들고 지칠 때 어떻게 함께 해 주셨는지, 내가 상처 입고 모욕당했을 때 어떻게 위로해 주었는지 묵상해보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당신의 넘치는 사랑을 표현하십니다. 어린 시절에는 느끼지 못하지만 부모가 되어서야 느끼게 되는 부모님의 사랑처럼, 하느님의 사랑도 당장에는 깨닫지 못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느끼게 됩니다.

 

내가 받은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자비를 베풀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가장 커다란 목적은, 당신께서 베푸신 자비를 우리가 살아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받은 사람만이 사랑을 베풀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받은 사람은 사랑을 베풀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받은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다른 이들에게 자비를 행할 수 있는 참 신앙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사랑합니다.


글ㅣ조윤호 윤호요셉 신부(봉담 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