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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벽돌 성당 용소막 성당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3-03-31 09:27:53 조회수 : 465

오래전부터 꼭 가봐야지하면서 벼르던 성당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용소막 성당입니다.

 

용소막 성당은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에 위치합니다. 원주 도심을 나와서도 한참을 가야 하는 한적한 시골 마을입니다. 좁은 국도 양옆으로 길게 이어진 치악산 줄기를 따라가야 만나는 성당이지만, 이곳을 찾는 신자들이 많은지 곳곳에 이정표가 많이 세워져 있어서 찾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야트막한 동산을 올려다봅니다. 큰 느티나무 사이로 성당의 첨탑이 보입니다. 한눈에 보아도 오래된 듯한 느티나무는 수령이 160년가량 되었다고 합니다. 성당 건립이 109년 정도 되었으니, 그간의 세월을 다 지켜보고 있었을 느티나무의 혼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용소막 성당의 시간은 병인박해가 있었던 1866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초기 한국교회 신자들이 흥선대원군의 참혹한 박해를 피해 피난 생활 끝에 당도한 곳이 바로 여기 신림면입니다. 원주 본당 용소막 공소가 되었고, 1904년도에 본당으로 승격되어 초대 주임 프와요 신부가 부임하였습니다. 용소막 성당은 신자들이 직접 벽돌을 구워 정성스럽게 지은 소규모 벽돌 성당의 전형이라고 합니다.

 

성당의 석조 외벽에서 그간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약간은 빛바랜듯한 붉은 색과 회색조의 버팀벽이 조화롭습니다. 성당 중앙에 있는 종탑과 성당 건물과 앞마당에 자리한 5그루의 느티나무. 그 나무들이 만든 그늘 밑에서 잠시 성당을 바라보며 기도했습니다.

 

용소막 성당은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구운 벽돌로 쌓아 올린 신앙의 집이며 믿음의 성소입니다. 마치 통곡의 벽에 온 것처럼 벽돌에 손바닥을 대고 그들이 흘린 땀과 피의 수고를 느껴봅니다. 가슴에 성호를 그으며 그들의 믿음을 올려다보았습니다. 한 치 앞의 시간에도 걱정과 좌절로 쉽게 무릎이 꺾이고 마는 겨자씨만한 믿음조차 없는 제 신앙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사진ㅣ이선규(예비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