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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커피집이 문을 닫았어요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01-08 11:21:18 조회수 : 640


동네 커피집이 문을 닫았어요


동네 커피전문점이 10년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정년을 마친 부부 사장님이 커피를 볶으며 향기를 건네주던 가게였습니다매출이 줄면서 임대료가 부담이 되어서 였습니다코로나19로 손님은 끊겼는데 임대료는 낮아지지 않았습니다몇 차례 부탁해 봐도 건물주는 꿈쩍하지 않았다고 합니다결국 눈물을 머금고 문을 닫고 말았지요.


경제가 어려워지면 같이 흔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건물이나 현금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는 사람들입니다가게 손님이 줄어들면 사장님 통장은 점점 바닥이 납니다수입이 줄어도 내야 하는 임대료는 줄어들지 않기 마련이니까요임대인이라도 모두 편하기만 하지는 않습니다노후대책으로 빚을 내어 건물을 사신 분들도 많습니다어려운 세입자 생각해서 임대료를 낮춰 주더라도은행 빚과 이자는 줄어들지 않을 테니까요자칫 빚더미에 앉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회사에 다니는 분들도 비슷합니다일감이 줄어들면직원들 마음은 불안해집니다언제 수입이 끊길지 모르니까요평생 보장된 일자리를 갖지 않은 계약직이나 프리랜서라면 더 그렇겠지요집을 소유하지 않아 매달 월세를 내야 하는 세입자라면그리고 집값과 임대료가 자꾸 오른다면 어려움은 더 커질 것입니다.

 

감염병이 들끓고 경제적 어려움에다 생명의 위협마저 자주 느껴지는 요즘다시 생각하게 됩니다인간이 만들어 놓은 지상의 질서는 하느님의 뜻에 잘 맞을까요세상이 어려워지면 그 어려움은 소유하지 않은 사람에게 몰립니다재산이나 안정적 일자리를 소유한 사람들은 뉴스에서나 어려움을 접할 뿐입니다인간이 만든 지상의 질서입니다.


그런데 이 세상은 본래 인간이 소유한 것이 아닙니다지상의 모든 것은 빌려쓰는 것입니다현금도집도땅도일자리도 잠시 우리에게 맡겨진 것일 뿐입니다누구도 집이나 돈을 하늘나라로 가져가지는 못합니다사람은 태어나서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소중합니다그가 소유한 것 때문에 소중한 것이 아닙니다적어도 하느님 앞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소유한 사람과 빌려쓰는 사람을 나누어 갈라놓았습니다그리고는 어려운 시절이 올 때마다 빌려쓰는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죄인으로 만들고 맙니다감염병의 고통조차 그렇습니다.

세상의 질서를 조금 더하느님의 뜻에 맞게 변화시킬 수는 없을까요문득 동네 커피전문점의 커피 볶는 향기가 그리워집니다.


글 이원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LAB2050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