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커피집이 문을 닫았어요
동네 커피전문점이 10년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정년을 마친 부부 사장님이 커피를 볶으며 향기를 건네주던 가게였습니다. 매출이 줄면서 임대료가 부담이 되어서 였습니다. 코로나19로 손님은 끊겼는데 임대료는 낮아지지 않았습니다. 몇 차례 부탁해 봐도 건물주는 꿈쩍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문을 닫고 말았지요.
경제가 어려워지면 같이 흔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건물이나 현금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는 사람들입니다. 가게 손님이 줄어들면 사장님 통장은 점점 바닥이 납니다. 수입이 줄어도 내야 하는 임대료는 줄어들지 않기 마련이니까요. 임대인이라도 모두 편하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노후대책으로 빚을 내어 건물을 사신 분들도 많습니다. 어려운 세입자 생각해서 임대료를 낮춰 주더라도, 은행 빚과 이자는 줄어들지 않을 테니까요. 자칫 빚더미에 앉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회사에 다니는 분들도 비슷합니다. 일감이 줄어들면, 직원들 마음은 불안해집니다. 언제 수입이 끊길지 모르니까요. 평생 보장된 일자리를 갖지 않은 계약직이나 프리랜서라면 더 그렇겠지요. 집을 소유하지 않아 매달 월세를 내야 하는 세입자라면, 그리고 집값과 임대료가 자꾸 오른다면 어려움은 더 커질 것입니다.
감염병이 들끓고 경제적 어려움에다 생명의 위협마저 자주 느껴지는 요즘,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지상의 질서는 하느님의 뜻에 잘 맞을까요? 세상이 어려워지면 그 어려움은 소유하지 않은 사람에게 몰립니다. 재산이나 안정적 일자리를 소유한 사람들은 뉴스에서나 어려움을 접할 뿐입니다. 인간이 만든 지상의 질서입니다.
그런데 이 세상은 본래 인간이 소유한 것이 아닙니다. 지상의 모든 것은 빌려쓰는 것입니다. 현금도, 집도, 땅도, 일자리도 잠시 우리에게 맡겨진 것일 뿐입니다. 누구도 집이나 돈을 하늘나라로 가져가지는 못합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소중합니다. 그가 소유한 것 때문에 소중한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하느님 앞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소유한 사람과 빌려쓰는 사람을 나누어 갈라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어려운 시절이 올 때마다 빌려쓰는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죄인으로 만들고 맙니다. 감염병의 고통조차 그렇습니다.
세상의 질서를 조금 더, 하느님의 뜻에 맞게 변화시킬 수는 없을까요? 문득 동네 커피전문점의 커피 볶는 향기가 그리워집니다.
글 | 이원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LAB2050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