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이끄심과 기적
2005년에 세계 청년대회가 독일에서 있었습니다. 당시 독일에서 유학 중이던 저는, 선배 신부님의 부탁으로 한국에서 참가하는 청년들의 가이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세계 청년대회의 주제는 오늘 복음에 나오는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2)였는데, 동방박사가 별을 따라 예수님을 경배하러 왔듯이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주님을 경배하러 함께 모이자는 취지였습니다.
이 대회는 전세계에서 온 청년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마지막 날에 “Marienfeld”라는 넓은 평원에 모두 모여 노숙을 하고 다음 날 아침 대미사와 함께 마치는 일정이었습니다. 대회는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파견미사 후 청년들과 함께 숙소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사람을 잃어버렸습니다. 전철역으로 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청년 두 명이 큰 트렁크를 들고 먼저 출발했는데, 약속장소에 가보니 없었던 것입니다. 휴대전화도 없어서 연락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일단 나머지 일행을 먼저 보내고, 저와 다른 신부 한 명이 그 두 청년을 찾아 나섰습니다.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도무지 찾을 길이 없었습니다. 본래 우리가 전철을 타기로 했던 역은 이미 사람들로 꽉 차서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군중 속을 헤집고 다녔습니다. 마음 속에 서서히 체념이 자리잡으려는 순간 저 멀리 역 안쪽에서 두 청년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인파를 헤집고 들어가 눈물의 재회(?)를 하고,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전철을 기다렸습니다. 전철 문이 열리는데 우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먼저 보냈던 일행이 그 안에 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우리가 탄 역이 많은 인파로 폐쇄되어 그 전역으로 걸어가서 전철을 탔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철 안에서 청년들이 “신기하다, 신기하다.”를 되풀이하는 동안, 저는 인솔자로서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작은 기적 체험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천 년 전 동방 박사들은 별을 보고 예수님을 찾아 나섰고, 결국 그분을 만났습니다. 예수님 만나기까지 그들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만나고 난 후, 그들의 계획은 바뀌었습니다. 꿈에 헤로데에게로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두말 없이 따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하느님을 체험’하였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는 별이 그들의 인도자였다면, 하느님을 체험한 후 그들에게는 하느님이 진정한 인도자가 된 것입니다. 하느님 체험은 그들 삶의 여정을 바꿔놓았고, 삶의 중심을 바꾸는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우리의 삶을 이끄는 것은 무엇인가요? 돈, 명예, 혹은 쾌락이라는 별에 고정된 우리의 시선을 하느님에게로 돌릴 때, 우리는 예상치 못한 기적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박찬호 필립보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