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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시기와 사춘기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3-03-10 09:24:24 조회수 : 476

사춘기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사순 시기를 보내는 것 같지 않나 생각합니다. 대화도 안되고, 말도 듣지 않고, 하라는 공부도 안 하고 물어도 듣는둥 마는 둥하고···. 마지못해 짧은 대답만 하니 사춘기 자녀와의 생활은 사순 시기 극기의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예비자 교리를 시작하던 때,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아들 바오로도 같이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거의 매주 학생 미사를 다녔습니다. 주위를 보면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 성당을 다니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바오로는 성당을 잘 다니고 사춘기라고 부모를 힘들게 하는 일도 거의 없었습니다. 예비신자였을 때 남편이 마음에 안 들어 무척 괴로웠는데, 한 환자분이 오셔서 주변 사람들에게 힘든 일 말하지 마세요. 말이 다 돌고 돌아 결국 내 얼굴에 침 뱉기가 됩니다. 그러니 미사 가셔서 십자가 쳐다보며 주님께 힘든 일 다 봉헌하고 오세요.”라고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그때부터 미사에 가면 십자가를 바라보며 속상한 것, 힘든 것, 괴로운 것을 실컷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남편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사라지고 제 마음도 엄청 편해졌습니다. 이런 저의 경험을 토대로 아이들에게도 힘들고 속상하면 미사 때 십자가를 보고 하느님과 대화하듯이 말해보라고 권했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그렇게 했는지 제가 알 도리는 없지만, 사춘기 때 힘든 일이 생기거나 울고불고할 때마다 미사를 같이 갔었습니다. 그러고 나면 아이들이 어떤 해결책이 생긴 것도 아닌데 마음이 편해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바오로는 중학교 때 학생 성가대를 하며 매우 열심히 성가를 불렀습니다. 지금은 일반 신자석에서 어둠의 성가대원으로 남아있지만, 그 시절에는 주도적으로 성가를 선택하며 활동했습니다. 또한 미사를 마치고 오면 너무 행복하고 스트레스가 다 풀린다고 말했습니다. 사춘기 시절에도 교회 안에서 봉사하며 잘 성장해주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가톨릭 신자라면 자녀들이 공부 때문에 미사와 성당을 멀리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사랑받는 기쁨을 느끼고 평화를 얻고 간다면 우리 아이들이 더 잘 자랄 것이 분명합니다. 하느님의 집에서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들은 어디서나 빛나는 모습으로 존재할 것입니다. 아멘!


글ㅣ차언명 바울라(광명 차한의원 원장소하동 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