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아버지께서 병환으로 돌아가시기 전 대세를 받으셨고, 그때 처음 천주교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스무 살이 돼서 세례를 받으려고 대모님을 찾아 나서다가 성당에 봉사자 한 분의 도움으로 지금의 대모님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대모님께서 그 당시 초등부 교감 봉사직을 맡고 계셨기에 저 역시 정말 무지했지만, 초등부 교사회에서 봉사하게 되었습니다.
교리 수업 전 교안을 제출해야 하고, 교안 준비로 성경을 봐야 하고, 제출 후에는 잘못된 것들이 있으면 많이 혼나기도 해서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동기들이 여럿 있어 그들과 생활하다 보니 너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여름 신앙학교를 준비할 때는 몇 주를 밤늦게까지 일하고, 행사일이 가까워지면 밤샘도 하며 교구 자료들을 만들고, 제대에 사다리 타고 올라가 붙이고 꾸몄습니다. 때론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이 이제는 살이 되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5년 동안 교리 교사를 하면서 배운 점이 너무 많고, 신부님께 묵주반지를 선물로 받아 눈물을 흘렸던 날이 또 한 번 생각납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아이가 첫영성체를 하게 되면서 자모회에서 봉사하며 또 한 번 기쁨을 알고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가득찼습니다. 지금은 봉사에 손을 놓고 미사 참례만 하고 있는데 가끔은 허전한 기분을 느끼곤 합니다.
성당에서 열심히 봉사하시는 분들을 보며 그때 그 시절을 가끔 떠올려보곤 합니다. 저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신 모든 분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멘.
글ㅣ이현숙 아녜스(조원동 주교좌 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