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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을 시험으로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3-02-24 09:31:07 조회수 : 433

성경에서 광야는 준비의 장소, 하느님의 다음 행동을 기다리는 장소,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고 믿을 수 있게 해주는 장소를 나타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십 일 동안 광야에서 금식하시면서 당신의 사명을 준비하신 후 마지막으로 세 가지 유혹을 받으셨습니다.

 

첫 번째로 악마는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라고 유혹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라는 생존 욕구에만 관련된 유혹이 아닙니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이라는 단서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자극합니다.

 

악마는 좀 더 정교한 유혹을 합니다.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성전 꼭대기에서 떨어져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첫 유혹에서는 자신을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과 자신의 굶주림을 채우고자 하는 마음, 즉 개인적 욕구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두 번째 유혹은 인간의 개인적이며 이기적인 욕구를 공동체적이며 이타적인 욕구로 확장시킵니다. 예수님이 성전 꼭대기에서 떨어지셨지만, 하느님께서 당신 말씀처럼 천사들을 시켜 예수님을 떠받쳐 주신다면(시편 91,11-12), 이스라엘 백성들은 메시아를 알아보게 될 것이고, 상상할 수 없는 큰 기쁨과 위로를 받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악마는 아주 높은 산으로 올라가 자신을 경배하면 세상의 모든 나라와 그 영광을 주겠다고 유혹합니다. 예수님은 재물, 명예, 그리고 권력을 추구하는 세상의 삶을 포기하심으로써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십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마태 4,1)는 말씀에서 사용된 희랍어 ‘peirazo’라는 단어는 유혹으로 번역되었지만, 동시에 시험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유혹하는 것은 잘못하도록 이끄는 것이지만, 시험하는 것은 옳은 선택을 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유혹은 실패를 바라는 것이지만, 시험은 성공을 바라는 것입니다. 사탄은 예수님을 유혹했지만, 이 사건을 허락하신 하느님은 예수님을 시험하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순 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세상 안에 살면서도 세상에 속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때입니다. 그러기 위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유혹을 시험으로 바꾸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로서가 아니라 우리와 꼭 같은 인간의 마음으로 이 모든 유혹을 극복하고 시험을 통과하셨습니다. 이로써 우리도 예수님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얻게 되었습니다. 유혹을 시험으로 이겨내신 예수님의 모습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시련을 시험으로 이겨낼 수 있는 사순 시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ㅣ박현민 베드로 신부(중견사제연수원 영성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