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목소리가 너무 좋으세요.”
“원장님, 목소리가 너무 좋으세요.” 미사 때 독서를 한 후 수녀님께서 해 주신 칭찬이다. 좀 쑥스럽기도 했지만, 기분은 쑤욱 올라가면서 조금 우쭐해졌다. "그래 내 목소리가 참 좋지!" 그러다 보니, 조금 전까지 있던 참 착한(?)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칭찬받은 것만 생각났다.
지금부터 2년 전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 때, 나는 처음으로 독서 말씀을 봉독할 수 있는 영광을 얻었다. 무언가 본당을 위해서 한 것이 없어 위축된 마음으로 독서 말씀을 읽었는데, 그날이 주님 공현 대축일이어서 더 많은 생각이 마음속에서부터 올라왔다. “그래, 주님 공현! 이 독서를 통해서 내가 아닌 주님의 말씀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주님 공현 대축일에 주님께서 빛처럼 많은 사람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시는데 나도 참여한다는 마음으로 주님의 말씀을 잘 읽어 내려갔다. 더 또렷하고, 더 크고, 힘차게 독서 말씀을 봉독했다. 독서를 봉독할 때까지만 해도 요한 세례자의 말씀과 같은 심정으로 독서를 봉독했건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달라진 것이다. 수녀님께서 하신 몇 마디 칭찬에 그만 착한 마음 대신 나를 더 드러내고 싶어 하는 안 착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참 이상한 것이 독서를 봉독할 때처럼 “나를 낮추고 예수님을 높여서 드러내고 싶다.”라는 마음일 때는 사람이 참 겸손해지는 것 같고 주님의 말씀을 선포한다는 기쁨도 생기는 것 같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가 잘한 것 같고 높아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더 인정받고 싶고, 그래서 나를 더 돋보이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기면서, 그만 마음의 평화가 무너졌다.
집에 와서 그 짧은 시간에 겪은 내 마음의 변화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서, 진정한 마음의 평화는 나를 비우고 예수님을 드러내 보이는 데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나는 내 삶 속에서 얼마나 나를 비우고 예수님을 전하고 있는가… 얼마나 예수님을 높여 드리고 있는가…. 생각할수록 예수님보다는 나를 더 높이는데 신경 쓰고, 고민하고, 그렇게 살아가면서 내 평화를 깨뜨리고 있었다. 내가 아닌 예수님을, 다른 사람을 높여 주는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이제 새해가 밝았으니, 작은 내 일상에서부터 내가 만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를 조금씩 덜 드러내고, 주님 사랑을 더 드러낼 것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결심해 본다. 그리고 오늘 주님 공현 대축일에 세상에 빛이 되어 오신 예수님을 나 대신 더 높여 드리고 밝혀 드리고 싶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만 있다면, 그것이 정말 내 삶의 큰 영광일 테니까….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
조성연 요셉(하늘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