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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서품 성구는요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2-10-20 16:59:58 조회수 : 1125

사제 서품 대상자는 서품을 위해 서품 성구를 정합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위로와 용기를 얻었던 말씀이거나 앞으로 어떤 사제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다짐의 표현으로 성경 말씀을 정하죠. 저 역시 신학생 시절부터 매우 좋아했던 성경 말씀을 서품 성구로 정했습니다. 묵시록에 있는 말씀입니다.

 

보라, 내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의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먹고 그 사람도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묵시 3,20).

 

이 말씀은 주님을 향한 불확실한 마음과 의구심으로 힘들어하거나, 일상의 삶 안에서 지치고 외로울 때 저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제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제 마음에 평화를 주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 말씀을 제 서품 성구로 정했습니다.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후회하고 있습니다! 지나친 욕심으로 너무 긴 성구를 정했더니, 단번에 제 서품 성구를 말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부끄럽게도 완벽히 외우지 못했습니다! 만약 서품 성구를 다시 정할 수 있다면, 저는 이렇게 정하겠습니다. “보라, 내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외우지도 못하는 긴 말씀이 아니더라도 한 문장의 짧은 말씀으로 나의 의지와 뜻을 담아내고 전달하는데 충분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은 어떤 성경 말씀을 좋아하시나요? 슬플 때 위로를 주고, 기쁠 때 감사함을 고백하고, 외로울 때 의지할 수 있는 말씀을 찾는다면 우리의 삶에서 주님의 현존을 더 가까이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 중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라는 말씀은 많은 이에게 기쁨과 위로를 전해 줍니다. 사랑이 흘러넘치시는 하느님이 우리와 가까이 계시기 위해 사람이 되셨고, 그 사랑으로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하여 교회 안에서 말씀과 성사로 끊임없이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그러한 주님이 세상 끝 날까지 우리와 함께 있겠다고 선포하십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로 자격이 있든 없든, 주님의 계명을 지키든 못 지키든 변함없이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말씀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기쁨으로 가득합니다. 우리는 이 말씀으로 용기와 힘을 얻어 다시 하느님을 향해 돌아설 수 있고, 그분을 사랑하려 노력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이 된다면, 아마도 우리의 모습을 보고 하느님을 모르는 수많은 이가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게 될 것이고 하느님께 돌아올 것입니다. 마치 제1독서의 말씀처럼 말이죠.

 

, 주님의 산으로 올라가자. 야곱의 하느님 집으로!”(이사 2,3).


글ㅣ김일권 요한 사도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