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형제 신부님들, 수도자님들, 그리고 본당 총회장님들과 단체장님들, 모든 교우님들께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이하여, 주님의 사랑과 평화가 가득히 머물기를 빕니다. 우리 교구는 코로나19 상황에 직면하여 향후 3년간 교구민이 실천해야 할 내용이 담긴 사목교서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를 발표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그 본연의 사명을 효과 있게 이행하고 복음화 사업에 매진하기 위해서입니다.
작년 한 해는 이 땅에 사시는 모든 분들뿐만 아니라, 전지구촌이 큰 몸살을 앓았습니다. 바로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매우 힘들고 어려운 해였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많은 분들이 고통중에 이 세상을 떠나 주님의 품으로 가셨고, 감염증세는 치유되었지만 그 후유증으로 인해 고통을 당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코로나 감염으로 세상을 떠나신 분들과 그 가족들, 고통중에 계신 분들에게 삼가 주님께서 자비와 위로의 은총을 내려주시기를 빕니다.
교우님들께서는 지난해 2월 말을 기점으로 생애 처음 전국 성당의 미사 중단 사태를 맞이하여 마음 고생이 크셨습니다. 본당 신부님들도 미사집전을 유튜브로 방송하고, 카카오톡, 텔레그램, 이메일, 문자 등으로 신자들이 신앙생활의 끈을 놓지 않도록 소통하는 등, 주님 말씀과 강론, 미담을 전하며 비대면 사목에 열중하셨습니다. 모든 신부님들, 수도자님들, 교우님들의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 상황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기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주 하느님께 간절하게 기도하면서 신약, 백신 개발 등 치유의 방편이 어서 빨리 마련되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19 상황은 기업인, 직장인, 학생, 주부 등 모든 계층의 시민들 삶을 억압하고 제한하였습니다. 특히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 회사 사업 부진으로 인해 직장을 잃은 이들이 걱정과 시름에 잠기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의료진들께서 한마음으로 감염병 퇴치를 위해서 애를 많이 쓰셨습니다. 여러 기업과 사회단체들과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께서 합심하여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힘을 모아 주신 덕분에 다른 나라에 비해 희생자를 현격하게 감소시킬 수 있어 타국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확진자 상황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 혹은 하향 조정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국민들의 어려움과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올해는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어 모든 단체와 시민들이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합니다.
교황 프란치스코 성하께서는 올해를 ‘성 요셉의 해’로 선포하셨습니다. 올 12월 8일까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이 요셉 성인께 의탁하며 이 난관을 극복하자는 의미입니다. 요셉 성인은 성모님과 어린 시절의 예수님을 돌보며 보호하신 인류 구원의 협력자이셨고, 성가정의 가장으로서 묵묵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 위대한 의인이셨습니다. 올해 요셉 성인의 모범을 따라 자선과 선행에 더욱 힘쓰는 한 해가 되어야 하겠고, 각박한 이 세상에서 요셉 성인을 닮은 아버지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또한 잘 아시는 대로, 우리 한국 천주교회에서 지난 대림 제1주일에 막을 올린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올해 11월 말까지 지내게 됩니다. 한국 첫 사제와 선조 신앙인들의 모범을 따르며 순교 영성이 깊어지도록, 우리 삶과 행위의 중심에 주 예수 그리스도를 모셔야 할 것입니다. 성 김대건 신부님께서는 13개월의 짧은 사제생활을 마치고 장렬하게 순교하셨습니다. 그분은 옥중에서도 형리들에게 ‘하느님 존재, 상선벌악, 구세주의 강생구속, 천당과 영원한 생명’을 전파하셨고, 옥중편지를 통해서는 교우들이 형제애를 실천하는 가운데 혹독한 시련을 극복하면서 주님 공경을 만물 위에 두어야 한다고 누차 강조하셨습니다. 그분은 문초를 받으면서도 형리들에게 교리를 전하셨고, 사형 직전에도 “나는 하느님을 위해 죽지만, 영원한 생명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죽은 후 행복하기를 원하면 천주교를 믿으십시오.”라는 감동적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또한, 올해는 김대건 신부님과 한동갑이시며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사제가 되신 ‘하느님의 종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탄생 200주년’이기도 합니다. 최양업 신부님은 당시 조선 8도 중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등 남부 5개 도에 산재하여 있는 127개 교우촌을 다니시며 당시 18,000명 교우들을 12년 2개월간 보살피시다가 탈진하여 마흔 나이에 병사하신 ‘땀의 증거자’이셨습니다. 올해는 최양업 신부님의 시복을 위해서도 열성을 다해 기도하는 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성 김대건, 최양업 두 신부님의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선교의 덕분으로 오늘날 한국 천주교회는 16개 교구, 600만 명에 이르는 신자, 1760여 개 본당, 5600여 명의 사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신자 수는 전 국민의 11.1%에 이르는 등, 우리 사회의 큰 그늘이 되어 건실하고 평화로운 하느님 나라를 세우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희년을 지내는 동안 각 교구에서 지정한 성지와 성당을 순례하시면서 전대사의 은총을 풍성히 받으시며, 가난과 빈곤, 질병에 시달리는 여러 소외계층에게 예수님의 마음으로 다가가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 자선과 선행의 삶을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이런 봉사와 사랑의 실천은 자연스럽게 주님을 우리 이웃에게 알리고 전파하는 선교 열성으로 이어져 신자 배가의 결실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또한 희년을 맞아 하나뿐인 우리 지구, 공동의 집을 보존해야 하는 ‘생태계 회개’의 삶에 대해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교황청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는 작년 5월부터 올 5월까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회칙 ‘찬미받으소서’ 특별 기념의 해로 선포하였고, 5월 이후부터는 이 회칙이 제시하는 통합생태론의 정신에 따라 ‘온전히 지속 가능한 세계’로 나아가는 7년 여정이 계속됩니다. 모든 가정, 본당과 교구, 수도회, 학교, 병원, 기업과 농업 등 모든 분야에서 동참해야 할 실천사항이 포함됩니다. 현재 지구촌 전체를 초토화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도 인간이 자연환경과 녹지공간을 무제한으로 개발하고 훼손하며, 단순한 소유물로 보고 함부로 다루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약탈하여 병들게 한 결과로, 지구의 온난화, 이상기온, 기후변화와 함께 찾아온 재앙입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힘 있는 기업이 주도하는 개발사업에 희생되는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지 못하였고, 생태계 파괴 현장을 보면서도 자연환경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통회하고 보속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작금의 기후 위기와 어머니 지구의 울부짖음은 우리 천주교회가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복음화 사명과 사목활동의 매우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인 것입니다. 그래서 주교회의는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 후속 장기 사목 계획을 위한 ‘특별 사목교서 실천 지침’을 통하여 각 교구와 단체에서 실천할 구체적인 지침을 발표하였습니다.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생태적 회개는 단순한 ‘환경보호’ 차원을 넘어, 교회의 모든 사목분야에서 복음을 실천하는 적극적인 신앙행위로 자리 잡아야 할 것입니다. 성 김대건 신부님은 당시 천연두로 죽어가는 어린이들을 보며 이 병을 퇴치할 처방을 프랑스 선교사들에게 요청하며 호소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종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도 비위생적인 식수 문제로 질병을 얻어 고통받는 뭇 백성을 위해 물을 정화하는 처방을 선교사들에게 청하며 고군분투하셨습니다. 초대 교회의 두 선구자이며 기둥이신 두 신부님의 이러한 열성을 본받아 우리도 교회와 사회에 여러모로 기여하는 신앙인이 될 것을 굳게 다짐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희년을 뜻깊고 보람있게 지내는 길임을 명심합시다.
하느님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올 한 해 ‘성 요셉의 해’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모든 교우님들께서 영육간 건강하신 가운데, 성령의 기운이 충만한 은총을 받으시어 행복하고 평화롭게 보내시기를 빕니다. 또한, 우리 교구는 3년간에 걸쳐 수행해야 할 하느님 사업에 대한 사목교서를 공표하였습니다. 사목교서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변화 가운데, 우리 교구의 활동과 복음화 사업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비대면 사목이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교구와 사목자들, 교우들이 어떻게 활동하면서 살아야 하는지를 상세하게 기술하였습니다. 모든 본당과 기관에서는 여러 관련 회의와 연구를 통하여 공동체 구성원의 뜻을 모아 사목교서에서 제시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을 맞으며 우리 모두 교회와 세상에 주님의 사랑과 평화를 전파하며,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충직한 신앙인으로서, 건전한 사회인으로서 살아갈 것을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성모님의 도우심을 청하며 올 한 해를 시작하도록 합시다.
평화의 모후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요셉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우리나라의 모든 순교 성인들과 복자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2021년 1월 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