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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부르시는 날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2-09-23 10:50:49 조회수 : 486

저는 겉으로 보기에 몸이 많이 불편해 보이는 사람입니다. 실제로 모든 면에서 힘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닌데 저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기만의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나 모든 사람이 다 각기 다르듯 그 사람 중의 한 사람일 뿐입니다만 저 또한 마찬가지로 보이는 것을 똑바로, 제대로 보지 못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고해성사를 보듯 되돌아보고 깨닫는 삶이면 좋겠으나, 그런 부분에선 늘 아쉬워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Io son sicuro che, per ogni goccia’로 시작되는 리멘시타(L'immensita)라는 칸초네(이탈리아의 대중 가곡)곡인데 우리말로는 눈물 속에 피는 꽃이랍니다. 저는 그 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일뿐더러 정녕 행복한 꽃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련을 이겨내고 피는 꽃이니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노래와 오묘하게 공감되는 성경 구절이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닥친 시련은 인간으로서 이겨 내지 못할 시련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성실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여러분에게 능력 이상으로 시련을 겪게 하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시련과 함께 그것을 벗어날 길도 마련해 주십니다.’(1코린 10,13) 바로 저 같은 사람을 위한 말씀인 것 같아 제가 좋아하는 성경 구절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렸을 때부터 저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들은 저를 단련시킨 담금질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언어장애라도 없었으면 그 사람들을 붙잡고 따져서라도 그때그때 풀어버렸을 텐데, 그럴 수도 없었으니 예전 저희 어머니처럼 무조건 잘 참아내는 사람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고요. 저뿐만 아니라 사실 삶이란 게 누구에게나 새옹지마로 작용하잖아요. 살면서 수많은 삶의 역경을 누군가는 불굴의 의지력으로 견뎌내고, 또 어떤 이는 부당하고 얍삽한 술수로 난관을 뚫고 나가고, 신자들은 신앙의 힘으로 헤쳐나가기도 합니다. 능력 이상으로 시련을 겪게 하지 않으신다는 성경 구절은 제게 어떤 말씀보다 버팀목과도 같은 귀한 말씀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무릇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힘겨운 일들과 수없이 마주하게 됩니다, 흔히들 그런 일들을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과 비교되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제가 참 신앙인으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제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십자가의 의미를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문득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머리로는 수많은 지혜로움을 알고 있으나 그것들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얼마나 힘든가라는 명언을 남기셨죠.

제가 주제넘게도 수원주보에 글을 실었는데 다시금 읽어보면서 생각해 봅니다. 한 자 한 자 그저 남들 보기에 그럴싸하고, 또 제 양심에 부끄러움 하나 없이 쓴 건지 그래서 되레 하느님께 혼나는 건 아닌지 떨리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녕 짧지 않은 제 인생의 엄청난 영광인데 아무렴 어떻습니까? 아무튼, 이 자리를 통해 성숙한 신앙인으로 변했으면 좋겠고, 특히 하느님께서 기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고 하셨으니 주님 주신 재능대로 글을 쓰다가 주님 부르시는 날, 아픔 없는 곳에서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글ㅣ윤정열 스테파노(내 마음속엔 아름다운 나타샤가 있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