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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함께 하시는 하느님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2-09-16 09:13:33 조회수 : 492

사람들은 평소에는 하느님을 잘 찾지 않다가 갑자기 큰일이 일어났거나 감당 못할 일에 부딪혔을 때 오 마이 갓!’ 하고 하느님을 찾습니다. 특히 아픈 날이 많은 저에게는 더욱 흔한 일이지요. 그럴 때면 하느님께서도 당황하실 것 같아요. 갑자기 어떻게 해결해주라 할 때 해결해주지 못하면, 그 실망과 슬픔은 더 크게 와 닿으니까요. 하지만 참 신앙인은 위급한 상황에 부닥쳐 찾는 하느님보다 늘 하느님을 생각하니 어떤 상황에 부닥치든, 아무리 눈앞이 캄캄해지는 일이라도 대처 능력만큼은 고수일 겁니다. 하루하루 행복해할 때나 큰일이 닥쳤을 때나 관계없이 언제나 하느님은 곁에 계신다는 걸 믿으니까요. 대개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지금 당장은 몰라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깨닫게 된다는 걸 압니다.

 

사실 신앙에 관해 이런저런 글을 쓰려 하니 한편으로는 조심스럽습니다. 그렇지만 기적적인 일만이 신앙의 표본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혹여 평범한 일상을 뛰어넘는 기적이 있더라도 그런 것(눈에 보이는 것)으로 인해 신앙의 깊이가 측량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저는 쌍둥이 토마스처럼 아직까지도 주님의 부활을 제대로 못 믿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많은 그리스도인이 반드시 그런 신비한 증거 때문에 하느님을 믿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사람들 앞에 나서서 간증하는 식의 신앙은 대개 상대적이고 계산적인 종교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참 신앙인의 자세는 그런 거창한 기적이 아니더라도 하느님의 은총은 평범한 일상생활 중에도 얼마든지 숨어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것을 찾아내는 신앙이 참 신앙이 아닐까요.

 

오늘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의 축일입니다. 박해시대 때 젊은 나이로 순교한 위대하신 그분들과 비교될 순 없다 해도 천주교인으로 살다가 죽는 건 똑같은 일일 것인즉, 우린 모두 천주교인으로서 언젠가 맞이해야 하는 죽음 앞에서도 의연해질 수 있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비단 예전 순교자들의 마지막 순간처럼 그런 무시무시한 죽음은 아닐지라도 이승과 이별한다는 의미의 죽음은 누구나 반드시 맞이하게 되는 것이지만, 그날을 맞이하는 날, 신앙이 깊을수록 그 신앙의 힘으로 죽음의 두려움마저도 초월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저도 매일 밤 묵주기도를 드리다가도 가끔 이대로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몸이 많이 아프기 때문입니다. 기도하다가 가게 되면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는지요. 그때가 언제일진 모르지만, 이다음에 주님 앞에 가서, 아이고 주님. 저는 지난 세상에서 죽도록 고생만 하다가 왔습니다. 평생토록 병도 낫게 해주시지 않고, 또 누구처럼 돈이라도 많이 벌게 해주시지 않아서 행복하지도 않았다고 주님께 막 따질 건 아니지 않습니까?

 

한평생 좋은 세상에서 편히 공짜 밥 먹여주시고 또 누구보다 많이 웃고 살게 해주신 은혜에 감사할 뿐입니다.”라고 해야지요.


글ㅣ윤정열 스테파노(내 마음속엔 아름다운 나타샤가 있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