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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시작과 새로운 기회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2-09-01 16:26:13 조회수 : 612

지난 724일부터 30, 프란치스코 교종은 캐나다 참회 순례를 가졌습니다. 방문 기간 동안 원주민 공동체를 방문해 가톨릭교회가 캐나다 정부의 원주민 동화정책을 정당화하고 그에 편승해 기숙학교의 원주민 어린이들을 학대한 과거에 대해 참회하고 용서를 구했지요.

 

20215월 캐나다의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 3 곳에서는 1200구 이상의 원주민 아동 유해가 발견되었습니다. 18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까지 가톨릭과 개신교회들이 위탁받아 운영한 이들 기숙학교는 원주민들을 백인 사회에 동화시키려는 목적과 더불어, 아이들을 볼모로 백인들의 토지 강탈에 대한 원주민들의 저항을 무마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지요. 대부분의 아동들이 강제 입학되어 재학기간 동안 사제들과 수녀들을 포함한 학교 운영자와 교사들로부터 각종 학대와 성폭력을 당했습니다.

 

교종은 기숙학교 생존자들과 유족, 퍼스트 네이션(북극 아래 지역에 사는 캐나다 원주민), 메티스(토착민과 유럽계 초기 이주민들 사이에서 태어난 원주민), 이누이트들의 대표, 지도자, 원로, 원주민 공동체 청년들 앞에서 깊이 머리를 숙였습니다. 그는 교회가 저지른 집단학살을 으로 규정하고 그리스도인들이 원주민을 탄압한 서구 열강의 식민주의 사고를 지지한 것에 깊은 유감을 느끼며, “교회와 종교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당시 캐나다 정부가 자행한 문화적 파괴와 원주민 동화정책에 협조한 것에 대해서도 용서를 구한다고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또한,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으며더 강력한 진상 조사와 처벌, 생존자들의 치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교종의 사죄는 구체적이고도 진실했습니다. 조건도 변명도 없이 오로지 희생자들과 생존자들의 존엄성이 회복되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의 통회였습니다. 교종의 모습은 오늘 제 2독서인 필레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지도자로서의 권위를 내려놓고 겸손하게 용서와 사랑을 청하는 바오로 사도와 닮은 듯도 합니다.

 

냉소적이었던 많은 원주민이 교종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치유와 화해를 위한 그의 제안에 마음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강제적 개종과 문화파괴, 아동학대에 대한 교종의 사죄가 용서와 치유의 첫 발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마땅히 포함되었어야 할 절차가 생략되었다고 유감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원주민 총회에서는 특히 1493년 시행되어 유럽인들의 원주민 학살, 문화 파괴에 결정적인 역할을 가톨릭 발견의 교리’ (Doctrine of Discovery)가 철회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유럽인들이 원주민들의 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허가한 이 교리는 아직도 캐나다와 미국의 원주민 차별 관행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원주민들은, 교종의 사죄가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 캐나다 정부와 법원에 실질적 영향을 끼치게 하려면 발견의 교리가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교종이 왜 이 교리의 철회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는지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바티칸에서는 이 교리가 이미 효력을 잃었다고 판단하고, 차별적인 법체계를 개혁하는 일은 캐나다 정부와 법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보는 듯합니다.

 

 

교종의 연설 중에 이러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목이 제게는 특히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우리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지요.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 내 난민과 망명자들을 포함한 이주민들의 증가는 노골적인 인종차별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차별과 혐오는 특히 아프리카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 온 이민자들, 중국계 한국인, 북한계 이민자들에게 향하고 있지요. 이들은 위험한 근무조건 속에서 최저 임금보다도 낮은 급여, 임금 체불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신체적 학대, 성폭력 등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다수의 여성 외국인 배우자들은 가정 폭력에 시달리며 일터 뿐 아니라 집에서 조차 생사의 기로를 오가고 있지요. 이주민 가정의 자녀들 또한 문화와 언어 장벽 때문에 학교 수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전문가들의 관심과 지원이 부족해 점차 교육에서 도태되고 있다고 합니다. 일세대 이민자들의 차별과 가난이 대물림 되면 북미나 유럽과 같이 인종문제가 계층화되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입니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한데도 이주민들 대다수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숱한 차별과 폭력의 경험 속에서도 현행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에 이러한 사례가 보고되지 않는 것이지요. , 장애, 나이, 언어, 출신, 국가, 성적 지향, 신체적 조건, 학력, 그리고 다른 어떤 이유에 근거한 모든 종류의 차별은 프란치스코 교종이 말했듯 입니다. 우리는 지금 그 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시점에 서 있습니다.

 

 글ㅣ조민아 마리아(조지타운 대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