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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법전이 말하는 최상의 법은?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20-12-26 13:53:51 조회수 : 607


교회법전이 말하는 최상의 법은?


교회의 법률을 그저 딱딱하고 신앙생활을 옥죄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교회법이 존재하는 진정한 이유는 ‘salus animarum’, 즉 ‘인류의 영혼 구원’을 위해서입니다. 교회법전 마지막 조항인 제1752조는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 영혼들의 구원을 명심하여야 한다. 이것이 교회에서 항상 최상의 법이어야 한다.”


교회법전은 신앙생활을 위해, 그리고 교회조직과 운영을 위해, 공동선과 질서를 위해 여러 가지 원칙을 세워놓았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일이 그 원칙으로만 적용되고 이해될 수는 없습니다. 원칙이 있다면 예외도 있기 마련이지요. 모든 성사가 원칙적으로 교회가 정한 형식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마땅하지만, 예외적으로 그 형식과 절차가 생략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죽을 위험에 있는 이들에게는 성직자가 아닌 신자도 세례를 집전할 수 있습니다(교회법 제861조 2항). 또한 교정벌(파문, 금지, 정직)로 인해 성사생활이 불가한 이들도 죽을 위험 중에는 성사가 허용되어 영성체도 할 수 있습니다(교회법 제1352조). 교회의 장례식의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그리스도교 신자들(대세를 받은 이들도 포함)에게만 해당되지만, 예외적으로 신앙을 가지려 했던 예비 신자나 세례받기 전에 죽은 어린이들을 위해서도 거행될 수 있습니다(교회법 제1183조).


수원교구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쉽게 고해 사제를 만날 수 없었기에 일괄 사죄가 거행되기도 하였습니다(교회법 제961조). 그런가 하면, 견진성사를 위해 도유 예식과 안수 예식이 거행되어야 하지만, 현 사태로 인해 안수 예식을 생략해도 된다는 경신성사성의 답변이 있었습니다. 또한 코로나로 희생된 이들을 위한 전대사와, 통상적으로 위령의 날인 11월 1일부터 8일까지 묘지를 방문할 때 주어지는 전대사가 교황청 내사원 특별 교령을 통해 11월 한 달 동안 수여되었으며, 노인들과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이들을 위해서도 수여되었습니다.


이처럼 교회는 특수하고 긴급하며 부득이한 경우에 교회 법률, 사도좌 혹은 교구 집권자의 판단에 따라 예외적인 사안들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전적으로 ‘더 많은 이들의 회개와 영혼 구원’이라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자칫 일어날 수 있는 남용에 대해 경계해야 하겠습니다.


김의태 베네딕토 신부(교구 제1심 법원 법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