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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준비로 빚어진 기다림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2-08-05 09:20:59 조회수 : 494

얼마 되진 않았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정기적으로 받는 건강검진이 살짝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그래도 아직 젊기에 별다른 유의미한 검사결과를 받아본 적은 없지만, 이전 검사 때와 비교해 사소하게나마 뭐라도 한 줄 적혀 있으면 몸이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에 좀 아쉽습니다. 그리고는 뒤늦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그동안 잘 지키지 못한 운동습관과 식습관, 생활습관에 대해 반성을 하곤 합니다. 다음 검사 때는 더 좋은 성적(?)을 받으리라 작심 삼분의 다짐도 연례행사처럼 해봅니다.

 

늘 건강이 중요하단 점에 대해 머리로는 잘 알고 있지만, 평소에 이를 위한 준비나 관리가 왜 이리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그때그때 나 자신이 붙들고 있는 일이 당시에는 그 어떤 것보다 우선시되고 중요하다고 여겨져 다른 것들은 생각할 여유가 나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비싼 값을 치르고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금 뼈저리게 배우기 전에 평소 바쁜 가운데라도 조금씩 관리해 나가는 지혜를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 날 하느님과의 만남으로 이끌리는 우리의 인생 여정에서 영혼의 건강 또한 이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에 미리 준비하고 있지 않으면 예상하지 못한 날, 짐작하지 못한 시간에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님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아주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지 모릅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어떠한 준비가 필요할까요? 바로 주님께서 맡기신 것을 잘 돌보는 자세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주인이 충실하고 슬기로운 그의 집사에게 자기 집 종들을 맡겨 제때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루카 12,42 참조)하였다고 전합니다. 또 복음의 전반부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가진 것을 팔아 자선을베푸는 모습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겠습니다. 정리하자면,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당신의 자녀들을 잘 돌보는 선행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자비로운 아버지이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만나기 위한 준비로 우리 주위에 돌봄의 손길을 바라는 당신 자녀들과의 동행을 바라고 계십니다. 나 자신의 관심사에 너무 몰입해 주위에 도움을 기다리는 이들을 못 보고 지나치는 안타까움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참 어려운 이때, 하느님께서 마련하시는 행복의 길로 용감히 나아가는 주님의 종이 될 수 있도록 마음 모아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글ㅣ박유현 빈첸시오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