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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가 희생이 아닌, 내가 받은 축복이었음을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2-07-15 09:10:51 조회수 : 628

혹시 봉사에 대해 이런 말을 들어보거나, 스스로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사실 봉사하려고 갔는데, 오히려 봉사를 받고 온 것 같습니다.”

 

제가 생활하고 있는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도 신학생들이 학부 3학년 과정을 마치고, 동계방학을 이용하여 한 달 동안 사회복지기관에서 실습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위의 말은 실습 후 학교로 돌아온 신학생들이 저마다 체험한 소감을 나누며, 거의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봉사는 무엇이고, 어떻게 이루어지기에 봉사하는 이들이 오히려 봉사를 받는 느낌을 얻게 될까요? 오늘 교회가 들려주는 말씀은 그 중요한 내용을 알려주시는 듯합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을 자신들의 집에 맞아들인 마르타와 마리아에 관한 말씀인데, 예수님을 맞아들이고 시중드는 마르타의 모습이 제1독서 창세기의 말씀에서 주님을 맞아들이고 시중드는 아브라함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주님을 맞아들이고 시중을 들기 전에 이렇게 말합니다. “나리, 제가 나리 눈에 든다면, 부디 이 종을 그냥 지나치지 마십시오.” 그의 말에, “말씀하신 대로 그렇게 해 주십시오.”라는 대답이 떨어지자, 아브라함은 주님께 대한 자신의 봉사를 시작합니다. 손님의 부탁을 받아, 그들의 청을 들어주는 모습이 아니라, 손님을 맞이하는 이가 오히려 손님에게 시중들 기회를 구하고, 동의를 이끌어내는 모습에서, ‘봉사한다는 행위의 중심에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 주시는 듯합니다.

 

우리는 흔히, 봉사의 중심에 봉사하려는 자신을 두고 내가 너를 위해 봉사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하는 봉사는 희생으로만 여겨지기 쉽고, ‘봉사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상대를 억압하는 상황도 초래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봉사의 행위와 그 중심에 나의 봉사를 받아주는 상대방을 두고, 내가 봉사할 수 있도록 힘과 은총을 허락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까지 기억하려 노력한다면, 우리는 오히려 봉사한자신보다 봉사받고, 그 시간을 통해 축복까지 받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교회가 들려주는 말씀은 그러한 삶을 묵상하고, 살아가도록 초대하십니다.


글ㅣ유재훈 솔로몬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