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트리
주님 성탄 대축일이 다가옵니다. 거리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는 종교를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기념 사진을 찍으며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한껏 즐깁니다.
언제부터 대림·성탄 시기가 되면 나무를 장식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16세기경 독일 남서부지역의 기록에서 초기 크리스마스 트리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시 이 지방에서는 성탄을 맞아 성당 앞 정원 등에서 낙원극(樂園劇)을 공연했습니다. 연극 중에는 에덴동산의 ‘생명의 나무’(창세 1,9)를 상징하는 상록수에 과자를 달고 나무 주위에 촛불을 켰다고 합니다.
1700년대에 들어서 개신교 신자들이 나무에 촛불을 장식하면서 성탄을 맞았고, 19세기에 들어서 크리스마스 트리는 천주교, 개신교를 떠나 독일 성탄절의 가장 주요한 풍속 중 하나가 됐습니다. 전 유럽으로 퍼진 크리스마스 트리 풍속은 미국에도 영향을 줘, 1891년에 처음으로 워싱턴 백악관에도 크리스마스 트리가 전시됐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사철나무 중에서도 주로 전나무가 사용됐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세계 크리스마스 트리의 95%가 우리나라에서 유래한 ‘구상나무’를 사용합니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의 한라산과 지리산 등지에 서식하던 한국 고유의 나무로, 서양에서는 ‘Korean Fir’(한국 전나무)라고 불립니다. 구상나무가 성탄마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된 계기도 교회와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이 나무를 세상에 알린 것이 우리나라에서 선교하던 에밀 타케(Emile Taquet) 신부이기 때문입니다.
에밀 타케 신부는 1898년 한국에 들어와 1952년 선종하기까지 경상도, 제주도 일대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헌신하였고, 현재 대구대교구 성직자 묘지에 묻혀 있습니다. 식물학에 관심이 많던 에밀 타케 신부는 1907년 채집한 구상나무 표본을 미국 하버드대 아놀드 식물원에 보냈습니다. 이것이 뒤늦게 연구되면서 1920년 구상나무가 신종으로 발표된 것입니다. 구상나무는 재질이 뛰어나 가구 제작과 건축에 사용되며 고급 조경수로, 특히 크리스마스 트리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출처] 가톨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