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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딴따라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2-06-03 09:19:55 조회수 : 501

추억의 책장을 넘기는 마음으로 오래전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저는 90년대에 6년을 신학교에서 지냈습니다.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연주했다는 이유로 오르간부에 들어가게 되었고, 6년 내내 미사 및 전례 때 연주를 맡아서 했습니다. 그리고 반 깐또레스(중창단)와 합창단, 밴드부 등등. 1학년 새내기 신분으로 온갖 음악 활동에 참여하며 바쁘게 지냈습니다. 또 로사리오 기도 전과 토요일에는 각종 모임 즉 학년 모임, 교구 모임, 동아리 모임, 식사조 모임 등이 많았고, 마찬가지로 늘 음악이 함께 했습니다.

 

그때 주로 불렀던 노래는 민중가요 또는 누구나 알고 있는 포크송이었습니다.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 노래였지만, 저는 무언가 겉도는 느낌이 들었고, 신학생들의 삶과 신앙, 정체성이 담긴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에 선배님의 제의로 갓등중창단 앨범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앨범에 수록될 곡들은 신학생들의 창작곡이었고, 신학생들의 삶과 신앙, 슬픔과 기쁨, 희망과 좌절 등이 가사와 선율에 녹아 있었습니다. 노래를 듣는 순간 ! 선배님도 저와 같은 마음, 같은 경험을 하셨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는 선배들과 격 없이, 우리들의 이야기를 부르면서 가사를 묵상하고, 노래를 연습하며 급기야 앨범까지 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앨범이 나온 후의 일입니다. 많은 모임에서 민중가요, 포크송이 뜸해지고 신학생들의 창작곡이 더 큰 목소리로 더 활기차게 불렸습니다. 신학생들은 방학 기간 본당으로 파견될 때, 앨범을 다량으로 구매해서 가지고 나갔고, 지인들에게 선물했습니다.(나중에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그 당시 생활 성가의 보급에 신학생들의 역할이 컸다고 합니다. 또한, 현재 활동하는 많은 생활성가인들이 갓등중창단의 곡들을 듣고 연주하면서 찬양인의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고, 저는 방학 때 이 본당 저 본당 다니면서 미사 때 특송을 봉헌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경험이 담겨 있는 곡이 아닌, 제가 경험했던 삶과 신앙의 이야기를 선율에 담아 저의 고유한 목소리로 전달하는 저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고 기특했습니다. 물론 저를 드러내고 싶다는 인간적인 교만함에 빠져서 어지러워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어리고, 여리고 유약했거든요. 하지만 그때마다 동기들과 선배들이 뼈 때리는 충고(따끔한 충고)로 길을 잘 잡아주었습니다.

 

늘 찬양 전에는 저의 영광이 아닌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집중할 수 있도록, 저를 붙잡아 달라고 기도했고, 저의 찬양을 들으시는 분들이 혹시나 어려움 중에 있다면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힘을 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품었습니다. 20대 후반에 신학교를 나와서, 새로운 길을 걷게 되었을 때도 자연스럽게 음악을 선택하게 되었고, 그 선택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대중음악인의 삶과 생활성가인의 삶을 함께 살고 있습니다. 늘 그 첫 마음을 기억하고 추억하면서 말입니다. 나의 신앙과 삶을 진솔하게 고백하고 싶은 마음을 품고, 저의 찬양과 저의 연주, 저의 곡에 담으려고 애쓰면서 말입니다.


글ㅣ김상균 라우렌시오(백석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