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 부제는 어떤 분인가요?
미국에서 교포 사목을 하고 있을 때, 한인 공동체가 속한 현지 본당에 미국인 종신 부제님이 두 분 계셨습니다. 한 분은 이미 나이가 많아 은퇴하신 종신 부제였고, 다른 한 분은 중년의 나이로 열심히 전례를 이끌며 봉사하는 분이셨습니다. 이렇게 미국은 종신 부제 제도가 자리 잡힌 나라 중 하나인데, 종신 부제들이 본당에서 사제를 도와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성품성사에는 세 가지 품계가 있는데, 주교와 신부, 부제입니다. 이 중 주교와 신부는 성체성사를 집전할 수 있으므로 ‘사제’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부제는 성체성사를 비롯한 몇몇 성사를 집전할 수는 없지만 “전례와 말씀과 애덕의 봉사로 하느님 백성을 돌보는 힘”(교회법 1009조 3항)을 받습니다.
흔히 부제직은 사제직을 위해 거쳐 가는 직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 부제직은 사도들을 도와 애덕 활동을 하고 복음을 선포하는 고정된 직분이었습니다(사도 6,1-7). 유명한 성인 중 부제로는 스테파노, 라우렌시오, 에프렘 등이 있고, 프란치스코 성인도 종신토록 부제였습니다.
이렇게 부제직은 교회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교황 바오로 6세께서는 1967년 자의교서 「거룩한 부제직」을 통하여 종신 부제직을 부활시켰습니다. 결국 교회 내에는 두 종류의 부제가 존재하게 되는데, 하나는 사제직을 준비하는 “한시적 부제(Transitional Deacon)”와 사제직을 받지 않는 “종신 부제(Permanent Deacon)”입니다. 종신 부제는 이미 결혼하고 가정을 이룬 남자들도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신도 부제”라고 잘못 불리기도 하지만, 엄연히 성직자이므로 로만 칼라를 착용할 수 있습니다.
종신 부제직 지망자들은 주교회의 규정에 따라서 적어도 3년에 걸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교회법 236조). 미혼인 종신 부제는 만 25세, 기혼인 종신 부제는 만 35세 이상 이어야 될 수 있습니다(교회법 1031조). 종신 부제는 부제품을 받은 후에 원칙적으로 혼인할 수 없어, 아내와 사별하더라도 사도좌의 관면을 받지 않는다면 평생 독신으로 살아야 합니다.
종신 부제는 본당에 배속되어 사제를 도와 성체 분배, 병자 영성체, 복음 낭독과 강론, 본당 행정 보조, 교리 교육, 미사 없는 혼인 주례나 장례 주례를 맡습니다. 그 밖에도 가정 방문과 축복 및 준성사 집전, 피정 지도, 자선 및 애덕 활동도 합니다. 종신 부제는 가정이 있으므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세속 직업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사목을 위하여 종신 부제직을 도입하는 것은 관할 지역 주교회의가 교황의 승인을 받아 결정하는데, 우리나라 주교회의는 아직 종신 부제직을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종신 부제는 4만 7천여 명이 있습니다.
이규용 유스티노 신부
(교구 제1심 법원 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