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세계 1위의 관광 대국입니다. 그리고 파리는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도시로 호텔이 프랑스에서 가장 많습니다. 그럼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호텔이 많은 도시는 어디일까요? 프랑스 남부의 니스나 칸, 아니면 제2의 도시 마르세유일까요? 아닙니다. 정답은 ‘루르드’입니다. 인구가 2만 명도 채 안 되는 작은 마을에 무려 250개가 넘는 호텔이 있습니다. 호텔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방문객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코로나 이전에는 매년 600만 명이 이 작은 마을 루르드를 방문하였습니다. 10년이면 무려 6천만 명이나 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이 단순 관광객이 아니라 거의 모두 가톨릭 순례자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중에는 8만 명의 병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가톨릭 순례자가 루르드를 순례하는 이유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성모님은 1858년 2월 11일부터 7월 16일까지 루르드에서 살고 있던 14세 소녀 베르나데트에게 열여덟 번을 발현하셨습니다. 성모님은 당신의 신분을 원죄없는 잉태(무염시태)라고 하시며 기도와 회개를 한다면 몸과 마음이 치유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성모님이 가리키신 곳에서 나오는 샘물을 마시고 씻으라고 하셨는데, 이 물로 병자가 치유되는 기적이 수없이 일어났습니다. 기적은 현대적인 의술로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치유가 즉시, 완전하고 영구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하므로 사실상 기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총 7천여 건의 치유 사례가 보고되었으며 이 중에서 루르드 의료국의 조사 후 교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기적이 70건이나 됩니다. 이런 이유로 루르드는 성모님 발현 성지 중에서 세상의 관심을 많이 받고, 다양한 신앙 체험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많은 순례객들이 찾을 수밖에 없는 성모님의 성지인 것입니다.
루르드를 순례하면서 오랫동안 주님을 떠나 있던 냉담자들은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하고, 근심과 걱정으로 힘들었던 사람들은 평화와 위안을 얻습니다. 또한 기적을 바라고 루르드 역에 도착한 순례자는 걱정과 의구심으로 긴장한 모습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지만 순례 후 루르드를 출발하려 대합실에 대기 중인 그들의 표정은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비록 즉각적인 치유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감사하며 성모님의 위로를 받아 돌아가는 모습은 항상 감동을 줍니다. 이와 같이 가톨릭 순례자들은 성모님을 통하여 몸의 치유뿐만 아니라 마음의 치유, 그리고 더 나아가 영적인 치유까지도 얻어 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로 직접 루르드에 갈 수는 없지만 루르드의 성모상이 있는 수원교구청이나 남한산성 성지, 루르드의 마사비엘 동굴이 똑같이 만들어져 있는 대구대교구청의 성모당을 순례한다면 루르드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의미있는 순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글ㅣ최하경 대건안드레아(『세계의 성모 발현 성지를 찾아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