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맞이 준비
성탄절이 되려면 아직 며칠 더 남았지만 온 세상은 이미 성탄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합니다. 거리를 장식한 온통 형형색색의 화려한 조명과 아름답게 꾸며진 크리스마스 트리, 그리고 어느 곳을 가든 들려오는 캐럴과 성탄 관련 이벤트 등은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교회 역시 표면적 분위기는 다르지 않은 듯 보입니다. 하지만 내면적으론 분명 달라야 합니다. 성탄을 왜 축하해야 하고, 왜 기뻐해야 하고, 왜 감사해야 하는지 올바로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교회는 대림 시기를 통하여 성탄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고 성탄의 참 기쁨을 노래하기 위해 준비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성탄은 기뻐하고 행복해야 하는 날임이 분명합니다. 하느님께서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몸소 사람으로 오셨다는 것은 우리 입장에선 커다란 은총이자 축복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하느님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성탄은 당신의 목숨을 바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신 엄숙한 날입니다. 누구나 태어나면 죽게 마련이지만 죽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은, 당신의 죽음을 통하여 우리의 죄를 없애주시고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고자 함이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탄은 기쁨과 환희의 날인 동시에, 하느님께 감사와 찬양을 마땅히 드려야 하는 날인 것입니다.
이렇게 지극한 사랑을 품고 우리에게 오려고 하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그에 합당한 모습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독서와 복음에서는 ‘다윗’과 ‘마리아’를 통해 주님을 맞이하기에 합당한 준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윗은 하느님께서 머무실 집을 지어 봉헌하려고 합니다. 지금 자신이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허락해 주시고 이끌어 주신 것임을 잊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리아 역시 가브리엘 천사의 수태고지에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응답하며 자신의 온 삶을 하느님께 내어 맡겨드립니다. 내 생명의 주인이시며 내 삶을 주관하시는 분이 하느님이심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하느님께서는 다윗의 집(가문)을 더욱 위대하게 만들어 주셨고, 마리아는 ‘주님의 어머니’가 되게 하셨습니다.
이처럼 다윗의 ‘겸손한 마음’과 마리아의 ‘아름다운 순종’이야말로 주님을 맞이하기 위한 합당한 준비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모습을 통해 주님께서는 우리 안에 머물고자 하십니다. 다윗과 마리아가 주님께서 머무실 아름답고 거룩한 성전이 되었던 것처럼, 우리 역시 겸손과 순종으로 주님을 모실 아름다운 성전을 지어야 하겠습니다.
전현수 마티아 신부(교구 성소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