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사람들이 물어봅니다. “얼마나 신앙심이 깊어야 종교단체 안에서 일을 할 수 있어?” 혹은 “매일 미사 참례하는 거 지루하지 않아?”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신앙심이 깊고 좋아서 칸토린이 된 건 아닙니다. 다만 저의 재능을 쓰임 받을 수 있는 이 직업에 항상 감사하며, 제 위치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희 본당은 아헨 시내에서 유일하게 매일 오전과 오후, 하루에 두 번 미사가 있는 곳입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미사 내용에 집중하기보다 그저 연주에 집중하기 바빴고, 일년이 지나고 나니 이제 어느 정도 연주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사라져 오늘 미사의 내용, 그리고 신부님들의 강론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같은 전례로 하루에 두 번 있는 미사가 지루하기도 했습니다. 또 너무 잦은 연주 탓인지 음악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날에는 제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혼자 실망하고, 스스로 자책하기도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마음으로 미사 연주를 끝내고 오르간 무대에서 내려오면 신자분들이 “오늘 연주도 정말 감사했습니다. 당신의 연주와 목소리에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느낌입니다. 늘 고맙습니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칭찬에 저는 그저 부끄러울 뿐이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위로받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제가 조금이라도 나태해지는 마음이 들 때마다 신자분들은 칭찬을 해주셨고, 그런 칭찬에 ‘신자분들을 위해서 미사에 좀 더 집중해서 연주해야지’ 하고 제 자신을 스스로 바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 본당은 세례성사와 혼배성사, 장례미사가 자주 있는 편인데, 특히 장례미사를 하는 날은 그날 오전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전통적인 장례미사를 진행하는 가족들은 돌아가신 분의 관을 성당 안으로 모시는데,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들어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례미사가 봉헌되는 날이었습니다. 평소 검은색 제의를 입으시는 신부님께서 그날은 웬일인지 흰색 제의를 걸치시더니, “죽음은 슬픈 게 아니라 또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날이니 부활의 의미로 흰색 제의를 입어야지”라고 하셨습니다. 그날 신부님의 지나가는 말 한마디가 제 생각을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날은 제 마음이 굉장히 평온해지고, 오히려 그 자리에 제가 있음에 감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음이라는 건 슬프지만 하느님 세상에 발을 들이는 그 순간에 제 연주가 함께한다는 게 그저 감사하고 뿌듯했습니다.
일년에 한 번씩 휴가차 한국에 길게 다녀올 때면 가족과 다시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돌아오지 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당으로 돌아오는 순간, 반갑게 맞아주시는 신자분들과 신부님들이 제 생각을 바꿔 놓습니다. 저의 연주와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는 게 제 인생에 있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이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스스로 나태해질 때나 힘든 순간마다
꼭 하늘에서 누군가를 저에게 보내어 긍정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만 같습니다.“
글 l 조아름 안젤라 (독일 아헨교구 Franziska von Aachen, 종교음악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