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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어른’이지만 ‘건강한 어른’이기를!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0-12-18 18:30:27 조회수 : 537


‘어쩌다 어른’이지만

‘건강한 어른’이기를!


1970년대 서구에서는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회피하는 젊은이들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심리적 유예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모라토리엄(moratorium)’이라는 용어가 유행했습니다. 그리고 1980년대에는 일시적 유예가 아니라 이를 평생 지속하는 움직임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에게 유착되어 유아기와 소년기를 연장하며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상태를 심리학에서는 ‘성숙 거부(maturity refusal)’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성숙을 거부하지 않고, ‘어쩌다 어른’이 되었지만 ‘어른(成人, adult)’이라는 말이 지닌 사전적 의미처럼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자기 일에 책임은 다하지만, 속까지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 내면의 미성숙함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실망을 안겨주는 ‘어른이(어른과 어린이의 특성을 지닌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들은 우리 주위에 또 얼마나 많습니까.


정신의학과 최영희 박사는 ‘건강한 어른의 17가지 특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① 나는 태어난 순간부터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소중한 존재이며, 우리 모두의 가치는 동등하다는 것을 믿는다. ② 문제가 있으면 나는 스스로 최선을 다해 해결한다. ③ 나는 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④ 나는 나의 감정을 표현할 때와 감출 때를 안다. ⑤ 나는 흥분하지 않고 자기주장을 할 수 있다. ⑥ 나는 자신을 돌볼 수 있다. ⑦ 나는 배우고,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다. ⑧ 나는 내가 부당하게 비판받거나, 학대받거나, 이용당한다고 느끼면 스스로 대항할 수 있다. ⑨ 나는 근본적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느낀다. ⑩ 나는 필요하다면, 내가 가치를 두는 일을 완수하기 위해서 따분하고 일상적인 작업이라도 끝마칠 수 있다. ⑪ 나는 내가 누구이고, 나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 ⑫ 나는 자신이 바꿀 수 없는 것(환경, 주변 사람 등)에 대하여 불평하지 않는다. ⑬ 나는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 ⑭ 나는 확률이 낮은 위험을 피하지 않는다. ⑮ 나는 자신이 행한 실수를 너그럽게 용서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 ⑯ 나는 다른 사람의 성공이나 행복이 나의 것을 가로막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시기하지 않는다. ⑰ 나는 과거를 불러내어 되새김질하지 않으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끌어당겨 걱정하지 않는다.


이 몇 가지 문항만으로 내가 ‘건강한 어른’인지를 온전히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오늘 잠시 주님 앞에 머물며 나의 ‘어른’은 건강한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 모두 ‘어쩌다 어른’이 되었지만 부디 주님께서 내게 주신 사람들을 깊이 사랑하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건강한 어른’으로 하느님 앞에 설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봅니다.


배기선 영덕막달레나 수녀

(성바오로딸수도회, 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