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예전에 제가 있던 성당에 난리가 났었습니다. 성당 지붕을 살펴보려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데 어찌나 무섭던지, 사다리가 흔들릴 때마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더 무서웠습니다. 그때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면서 다시는 올라갈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하신가요? 혹시 두려움을 즐기시나요? 인간은 참 특별합니다. 무서워하면서도 오히려 출렁다리, 번지점프, 그리고 각종 놀이기구를 만들어 즐기고 있으니까요.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몸과 눈은 고소 공포를 느끼는데, 권력과 명예를 원하는 인간의 욕망은 왜 고소 공포를 느끼지 못할까?’ ‘분명 높은 곳에 올라가면 떨어질 위험이 있고, 그래서 더 두렵고, 조심해야 하거늘. 왜 인간은 높은 지위에 올라서고, 권력의 높은 곳에 올라서면 두려움을 잊어버릴까?’ ‘왜 다른 이들을 깔보고 함부로 대하며 갑질을 하는 것일까?’
지위, 권력의 높은 곳이라고 특별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크게 추락합니다. 성추행 사건으로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배우와 감독, 그리고 예술가들이 급격히 추락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권력과 명예, 그리고 인기가 어쩌면 사다리 위의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높은 지위, 높은 권력, 높은 인기일수록 더 많이 흔들리니까요. 높이 있을수록 더 떨어지기 쉽고, 그래서 더 조심하고, 더 노력해야 하니까요. 그뿐만 아니라 언젠가는 반드시 내려와야 하니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하십니다. 그러나 그 모습으로 지내기를 선택하지 않으시고, 다시 우리와 같은 모습이 되셨고, 산에서 내려와 제자들과 함께 지내셨습니다. 높아지기보다 오히려 우리와 같아지는 것을 선택하신 것이지요. 그리고는 제자들을 이렇게 가르치셨습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높은 자리보다 낮은 자리를 좋아하셨던 예수님,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두려움을 가르치려고 하셨던 것은 아닐까요? 우리가 높은 지위, 높은 권력, 높은 인기를 얻을수록 더 조심하고, 책임감을 느끼며, 섬기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라신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사다리 위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높아질수록 그 사다리는 더 많이 흔들리고 있지요. 그러니 높아질수록 밑에서 사다리를 잡아주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내려가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더 나아가 낮은 자리를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높은 곳에서 흔들리는 삶이 아니라, 낮은 곳에서 사랑하는 기쁨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 이규현 가롤로 보로메오 신부(사회복음화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