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성경을 읽으면서 좀 더 주님과의 친밀함을 더하고 인격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은 말씀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모든 신자에게 그리스도교 생활을 완성하고 완덕에 이를 수 있도록 성경을 자주 읽고 묵상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레고리오 1세 대교황은 “하느님 말씀 안에서 하느님의 마음을 배우라”고 하셨습니다. 묵상과 기도가 동반되지 않는 성경 읽기는 자칫 인간적 만족감만을 남기거나, 인간적 해석으로 하느님 말씀을 잘못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2653항에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성서를 읽을 때에는 하느님과 인간의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기도가 따라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기도할 때에는 하느님께 말씀을 드리는 것이고,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읽을 때에는 그분의 말씀을 듣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경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알아들으려면, 우리는 영적으로 늘 깨어있어야 합니다. 기도는 우리의 마음이 늘 하느님을 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성경 말씀을 바로 ‘지금 여기서’ 우리에게 건네시는 살아계신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줍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성경을 읽고, 자신이 묵상한 성경 구절이나 본문의 내용으로 기도할 때,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조금씩 깨달아가게 됩니다. 이미 여러 번 읽고 들었던 성경 구절이 어느 날 나에게 말을 건네고,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을 환하게 비출 때가 있는 것을 체험하곤 합니다. 바로 그때 말씀과 만나는 그 자리에 머물면서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경청하게 되고, 주님 말씀에 대한 응답으로 자기 인생에 깃든 육화된 하느님의 뜻을 가슴 깊이 되새겨봅니다. 그러면 어떠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하느님께서 바라는 삶인지를 식별하여 결심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여러분은 현세에 동화되지 말고 정신을 새롭게 하여 여러분 자신이 변화되게 하십시오. 그리하여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하느님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 분별할 수 있게 하십시오.”(로마 12,2)라고 말씀하십니다. 성경은 우리의 일상 안에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우리를 초대해주고, 그분이 바라는 삶으로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비록 인간적인 나약함과 부족함으로 이 초대에 응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성경을 읽고 기도할 때에 하느님께서는 우리 안에 “그리스도의 마음”(1코린 2,16)이 형성되도록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필리 4,6)
글 | 이승환 루카 신부(제2대리구 복음화2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