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시기가 도래하였습니다. 부활 대축일까지 약 40일간 우리는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시고 악의 세력에 맞서시는 예수님을 생각하며 참회와 회개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작년 사순 시기에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바는 아니지만, 지금 이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대응과 이로 인한 우리의 고난이 부활을 기다리는 사순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는 참으로 어려운 시간을 겪었고, 다행히 큰 어려움 없이 이 시간을 지낸 분들도 계시겠지만, 알려진 것 보다 많은 분들이 건강상의 불이익, 경제적인 불이익, 차별과 낙인 등으로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계십니다.
바이러스에 의한 현상이나 자연 현상들 앞에서 사실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도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예수님의 기도 마저도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마르 14,36)’ 라고 하실진대, 감히 창조된 인간으로써 자연 현상을 무찌르려고 하는 것은 결코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일은 아닌 것으로 생각합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인간에 대한 믿음이나 사랑보다는 의심과 경계가 당연시되었습니다. 모이기보다는 거리두기가 당연시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갈등, 반목 등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이 모든 현상의 근원에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질병에 의한 두려움’이었지요. 이 두려움 때문에, 다른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인간에 대한 의심과 경계가 발생하였고, 의료현장에서는 빨리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들도 치료보다 격리에 치중하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성경을 통해 분명히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의 힘을 북돋우고 너를 도와주리라.(이사 41,9-13)’ 라고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도 우리를 더럽히는 것, 멀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마르 7,15) 라는 말씀을 통해 복음서에서 밝히고 계십니다. 바이러스 감염만큼이나 큰 의심, 차별, 낙인, 횡포 등이 만연하고 있으며, 이는 분명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간 것’ 이 아닌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입니다.
길고도 길었던 고난의 시간이, 기도와 참회, 보속으로 한 달 반을 지내면, 기쁜 마음으로 부활을 축하할 수 있는 시간이 되고, 믿음과 사랑이 가득한 나날들이 돌아오기를 기도하며 사순 시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글 | 서주현 에드부르가(전 명지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