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십니까?”
오늘은 대림 제3주일입니다. 교회는 이날을 ‘기뻐하라(Gaudete)’ 주일, 장미 주일로 지내며, 주님께서 오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기쁨으로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자고 권고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요한 세례자의 삶을 전해주면서 우리 신앙인들에게 있어서 참된 기쁨의 원천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묵상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지금 누군가가 “당신은 기쁘십니까?”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많은 이들은 한결같이 “돈을 많이 벌면, 몸이 건강하면,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면, 취직을 잘하면, 시집이나 장가를 잘 가면, 좋은 집이나 차가 있었으면, 내가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마음껏 해봤으면, 기쁘겠는데…”라고 말합니다. 사실 주위를 살펴보면 자신이 소망하는 것을 얻었다고 해서 기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하여 의기소침해하거나 그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과 세상을 향해 원망하면서 절망 속에서 슬퍼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런데 소망하는 그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영원히 사라지 않는 참된 기쁨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슬퍼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됩니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온 세상을 얻은 듯한 그 기쁨도 잠시 뿐이고, 기쁨도 슬픔도 곧 지나가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러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참된 기쁨의 원천’은 어디에 있을까요? 요한 세례자는 우리에게 그 답을 알려줍니다.
요한 세례자는 광야에서 금욕생활을 하며 하느님 뜻에 따라 사셨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의 길을 준비해야 하는 자신의 소명에 대해 분명히 아셨고, 때가 되어 하느님께서 자신을 도구로 부르셨을 때 단순하고 겸손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요한 세례자는 말합니다.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그리고 기쁨에 가득 차 열정적으로 예수님의 오심을 준비합니다. 요한 세례자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을 때 기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허락하신 모든 것을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겸손한 모습으로 감사하며 살아갈 때 참 기쁨을 얻을 수 있고, 이 기쁨은 함께 나눌 때 더욱 풍요롭고 아름다워짐을 알려 주셨습니다.
어려운 상황들이 우리를 힘들고 지치게 만들지라도 주님께 희망을 두고, 매 순간 주님의 뜻을 묵상하며 단순하고 겸손하고 감사하는 삶을 통해 ‘그래서’ 기쁜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뻐할 수 있는 삶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은 ‘자선 주일’이기도 합니다. 나눔은 기쁨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준비하며 바친 기도와 희생이 자선으로까지 이어져 기쁨의 열매를 맺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용기 안드레아 신부
(수원교구 복음화국장 겸 제2대리구 복음화1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