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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있는 행복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2-02-11 13:56:50 조회수 : 706

얼마 전 신자석에서 주일미사를 드릴 때의 일이에요. 바로 뒤에 앉은 꼬마, 삐따닥하게 앉아서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던 바로 고 녀석이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랐는지 엄마에게 물었어요. “엄마, 이거 

언제 끝나?” 민망하고 부끄러웠어요. 저는… 미사 끝나고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던 중이었거든요.  본당 신부로 처음 나가서 소박한 꿈을 품었더랬어요. ‘교우들이 콧노래 부르며 성당에 오고 어깨를 들썩이며 집으로 돌아가기를….’ 그리고 여전히 묻곤 해요. ‘오늘 성당에 온 교우들은 행복했을까?’ 신자들의 쉼터이며 하늘과 맞닿은 성당, 그곳에서의 미사에 오가는 길이 설레고 기쁘지 않다면 사제인 저의 책임이 커요. 신자에게는 주일미사가 의무이기는 하지만 또한 권리이기 때문이거든요. 신자도 나름대로 하느님의 축복이 채워지기를 기대하고 준비하셔야 해요. 행복은 누구나 원하지만 공짜 행복은 없으니까요.


“인생은 원래가 꼬인 거예요. 그걸 푸는 게 제 몫이구요.” 서로에게 복 받으라고 말하던 지난 설날, 22살 가브리엘라가 저에게 그랬어요. 철학은 학교에서 배웠는데 철은 그 애한테서 들었어요. 그래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으니 당연히 복을 받아서 누릴 자세와 태도가 필요해요. 깡패에게 건강이, 사기꾼에게 지혜가 축복이라 말할 수는 없잖아요. 불쌍한 사람은 간혹 돕지만 노력하는 사람은 언제나 도와주고 싶어요. 그러니 성의는 남이 아니라 나에게 보여야 맞아요. 공짜는 덫 위에 놓인 것밖에 없다는 속담처럼 은총도 거저는 없어요. 그러니 하느님 앞에서 사람은 성실해야 해요. 


어느 백 세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이에요.

“주일미사에 다섯 시간 걸어서 갔어요. 전날 저녁 이후 아무것도 못 먹는 공복재 때문에 아침도 굶고 새벽부터 걸었지요. 미사 보고 오는 길에 먹던 도시락이 생각나네요. 그때 신부님들은 말 타고 다니셨는데… 자가용 있으시지요?”


글 | 이재웅 다미아노 신부(국내 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