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떤 글을 읽을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저자의 의도 파악입니다. 성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경 저자가 본문을 기록할 때 거기에 담고자 했던 의미, 즉 글자 안에 담겨 있는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성경 저자의 의도를 올바르게 파악할 때 성경에 담긴 하느님 말씀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109항에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하느님께서는 성경에서 인간의 방식으로 인간에게 말씀하셨기에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신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면 성경 저자들이 정말로 뜻하고자 한 것이 무엇이며, 하느님께서 그들의 말을 통하여 나타내고자 하신 것이 무엇인지를 주의 깊게 연구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성경 저자들이 살았던 시대와 역사, 그 지방 특유의 사고방식과 관습, 문화와 교육 정도, 언어 습관과 문체, 문학 형태 등을 알아야 큰 도움이 됩니다.
성경 저자의 의도를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성경이 저술된 시기”와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시기”를 구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창세기의 이야기는 “한 처음에”(창세 1,1)로 시작됩니다. 분명 성경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시간은 “한 처음”이라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창세기는 “한 처음에” 기록된 것이 아니라, 후대에 인간 저자가 살고 있던 당시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생겨나는 시간 차이를 고려하면서 읽는 것이 바로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면서 읽는 것입니다. “성경이 저술된 시기”를 고려하면서 읽는 것은 성경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중요한 방법입니다. 성경이 저술된 당시 시대 배경을 이해하면서 성경이 전하고자 하는 신학적 의미를 찾아가는 작업을 통해 인간 저자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을 ‘학문적 독서’라고 합니다. 반면에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시기”를 고려하면서 읽고, 말씀을 묵상하며 기도하면서 지금 나에게 들려주시는 하느님 말씀의 의미를 파악하면서 읽는 것을 ‘거룩한 독서’라고 합니다. 성경을 공부하거나 읽으면서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저자의 의도에 따라 성경을 읽는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기 위해 매일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하느님 말씀을 우리의 삶에 인격화, 내면화시키기 위해 교회는 신자들에게 성경을 읽을 때 학문적인 독서 방법보다 마음으로 읽고 맛 들이는 거룩한 독서 방법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요한 14,23).
글 | 이승환 루카 신부(제2대리구 복음화2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