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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낚는 미끼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2-02-04 10:40:53 조회수 : 740

낚시에 빠져든 것은 피라미를 잡던 어릴 때부터였어요.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가방을 던져놓고는 파리채부터 들었어요. 잽싸게 미끼로 쓸 파리를 잡아서 개울로 내달리던 시절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요. 그렇게 시작한 낚시, 참 많이도 친구들과 낚시를 했고 낚시를 하면서 친구가 되었어요낚시인이자 심리학자인 폴 퀸네트는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고 했는데 저는 그 말을 이렇게 이해해요. ‘사람은 누구나 인생을 걸고 하느님 앞에 서는 날이 온다.’


자기를 죽이려고 형 에사우가 달려오는 길목에서 야곱은 하느님을 붙들고 늘어졌어요. 그 밤은 성경만이 아니라 인생에서도 존재해요. 너무나 절박했던 그 날, 도와달라고가 아니라 살려달라고 해야 기도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리고 그 이후 제 삶에 개입하시어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맺어주시는 하느님을 만났고 그분께 사로잡히곤 했어요. 베드로는 뭍에서보다 물에서 오래 지낸 진짜 어부에요. 하루는 처음 보는 젊은 예언자가 자기 배 위에서 군중을 가르치셨어요. 말씀을 마치신 그분은 대뜸 베드로에게 깊은 데에 그물을 치라고 하셨어요. 하필이면 밤새도록 물고기를 못 잡은 곳인데다가 그분에게서는 물 냄새가 나지 않았어요. 영 못미더웠지만 노를 저어 가 그물을 내렸어요. 하지만 들어 올린 그물은 많은 물고기들로 찢어질 정도였어요. 이 일로 베드로는 예수님께 완전히 낚였는데 물고기가 엄청나게 잡혀서만이 아닐 거예요. 베드로 정도의 어부라면 예수님께서 물 속 상황을 안 것이 아니라 물속 상황을 바꾸셨음을 짐작했을 테니까요. 주님께서는 그렇게 베드로를 사람 낚는 어부로 이끄셨어요.

 

만일 충주호에서 낚시하는 저에게 주님께서 사람을 낚으라고 부르시면 이런 핑계를 대며 긁적일 듯해요. ‘저는 물고기도 잘 못 잡는걸요. 그리고 죄송하지만 요즘은 사람이 사람을 낚으면 신고해요.’ 그래도 주님께서 껄껄대며 저를 미끼로라도 쓰고자 하신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어요.

 

만일 충주호에서 낚시하는 저에게 주님께서 사람을 낚으라고 부르시면 이런 핑계를 대며 긁적일 듯해요. ‘저는 물고기도 잘 못 잡는걸요. 그리고 죄송하지만 요즘은 사람이 사람을 낚으면 신고해요.’ 그래도 주님께서 껄껄대며 저를 미끼로라도 쓰고자 하신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어요.


| 이재웅 다미아노 신부(국내 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