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교회의 역사를 보면 수많은 신흥 종교가 생겨나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그들은 성경 본문의 문맥을 고려하지 않고, 글자 그대로 아전인수식으로 성경을 해석해 잘못된 종말론을 퍼뜨리며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하였습니다. 요즘도 ‘신천지 교회’라는 신흥 종교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신천지 교회는 그들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런 신흥 종교들은 자기들 주장의 근거로 성경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신흥 종교에서 사용하는 성경은 가톨릭에서 사용하는 성경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왜 이들은 같은 성경을 읽으면서도 엉뚱한 주장을 하는 것일까요? 오늘날 많은 신흥 종교와 신앙의 오류는 ‘잘못된 성경 해석’에서 기인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성경 안에서 자기 맘에 드는 구절만을 골라서 그것을 자구적(字句的)으로만 해석해 교묘한 방법으로 신앙인들에게 접근합니다. 많은 사람이 “성경은 하느님의 말씀이므로,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우리 교회는 하느님의 계시 진리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문자 주의, 근본주의적 성경 해석을 지양합니다.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성경 말씀은 자구적 의미와 영성적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15-118항 참조). 예를 들어,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홍해를 건너간 사건(탈출 14,22)은 단순히 성경 안의 역사 이야기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죄와 죽음을 이기고 승리하신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해방을 의미하는 물의 의미는 우리가 받는 세례를 상징합니다(1코린 10,2 참조).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레위기 17장 12절에 “너희 가운데 어느 누구도 피를 먹어서는 안 된다.”라는 하느님의 명령이 나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녹용(사슴피)도 먹고, 선지해장국도 맛있게 먹습니다. 그렇지만 여호와의 증인들은 이 말씀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서 절대로 그런 음식을 먹지 않습니다. 레위기 17장 12절의 자구적 의미는 피를 먹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구절의 영성적 의미는 ‘생명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피가 상징하는 '생명'이 중요한 것입니다. 여호와의 증인들은 성경 말씀의 겉만 보고, 그 말씀 안에 담겨있는 영성적인 의미는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성경 본문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성경을 잘못 해석하면 성경 본문의 메시지와 정반대의 해석을 할 위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교회가 제시하는 성경 해석의 방향은, 무엇보다 성경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깨닫고, 신자들 스스로 일상에서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그 말씀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성경 해석은 신앙적 삶을 통해 구현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살아 있는 말씀 그 자체인 성경은 그리스도인의 생활 양식이자 신앙의 최고 규범이기에 자주 읽고 묵상하며 성경 말씀에 담겨져 있는 참된 보화를 발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
글 | 이승환 루카 신부(제2대리구 복음화2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