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는 성령의 도우심으로
읽고 해석해야 합니다.”
우리가 성경 말씀을 잘 깨닫기 위해서는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이 체험(루카 24,13-35 참조)했던 것처럼, 하느님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령을 통하여 우리의 마음을 열어 주셔야만 합니다. “성령을 통해 쓰여진 성서는 성령의 도우심으로 읽고 해석해야 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11항). 이는 계시헌장이 강조하는 가톨릭 성경 해석의 핵심 원리입니다. 계시헌장은 성경에 영감을 주신 성령을 따르는 성경 해석을 위해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계시헌장 12항; 가톨릭 교회 교리서 112-114항).
1)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 관점에서 성경 전체를 단일한 구성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목차만 보아도 성경은 매우 다양한 책들의 총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성경을 구성하는 책들이 아무리 다양할지라도, 하느님의 계획과 그분 계시의 단일성 때문에 성경은 실제로 한 권으로 되어 있는 가장 탁월한 책입니다. 하나의 복음서 또는 특정 부분을 전체에서 분리해서 해석할 수 없습니다. 성경을 구성하는 모든 부분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중심에는 예수님께서 자리하십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경을 오해하고 잘못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가끔 개신교 신자들이 성경의 일부분만을 확대 해석해서 현혹할
때 천주교 신자들이 쉽게 걸려 넘어지는 것은 우리 신자들이 구원 역사라는 단일성의 관점에서 성경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2) 성경은 교회의 거룩한 전통 안에서 읽고 해석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계시기 때문에 경전(經典) 안에 문자로만 계시는 것이 아니라 성령을 통하여 교회의 마음, 교회의 거룩한 전통 안에 함께 하십니다(113항 참조). 개신교 신자들이 그럴듯한 논리로 성경을 해석하여 유혹한다 하더라도 우리 신자들은 교회의 거룩한 전통인 성전(聖傳)에 비추어 성경 말씀을 바라봐야 합니다.
3) 우리는 성경을 신앙의 유비(類比)에 의거하여 알아들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신앙의 진리는 외적 형태가 다양하게 표현되었다 하더라도 하느님의 전체 계획안에서 상호 일관성 있게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간혹 다른 학문, 특히 과학 같은 분야에서 성경 안에 모순되는 내용이 있다고 오도하기도 하지만, 이는 신앙의 유비, 성경 전체의 일관성을 알아듣지 못해서 하는 지적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와 같은 주의 사항들을 유념하면서 성경을 접하고 이해하려고 해야 합니다.
글 | 이승환 루카 신부(제2대리구 복음화2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