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무지개가 보이면 여러분은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하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커다란 반원을 그리며 무지 개가 걸릴 때면 사람들은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야! 무지개다!’라고 말하며 넋을 놓고 바라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학의 도움으로 무지개가 어떤 상황에서 생기는지, 어떤 환경에서 무지개를 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지개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자연 현상이라는 것도 알고 있죠. 그런데 이 무지개의 원인을 알지 못하던 때, 사람들은 무지개를 어떻게 바라보았을까요? 그때는 무지개가 뜨면 ‘야! 무지개다!’라고 얘기하며 그저 신비로운 현상으로만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신비로운 현상을 일상과 엮으며 ‘야, 무지개가 뜬 걸 보니 하늘에서 좋은 일을 내려주시려 나 보다’, ‘저 아름다운 것을 타고 하늘에서 누가 나를 만나러 오려나?’와 같은 생각도 했을 것입니다. 사실 무지개에 그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기적을 바라보는 신앙인의 모습도 이에 비추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기적이나 신비로운 현상을 접하거나, 혹은 개인적인 신비체험을 하게 되면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신 앙을 바라볼까요? 어떤 신앙인은 ‘그 기적의 의미가 무엇일까?’, ‘이 신비로운 현상을 통해 주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려 하시는가?’, ‘하느님께서 이 신비로운 체험 을 통해 내가 무엇을 깨닫길 바라실까?’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고민하고, 그 의미를 찾아가려 합니다. 반면 어떤 신앙인은 그 현상 자체만을 바라봅니다. “야! 기적이 일어났 다.”, “누구에게 신비로운 일이 일어났대.”, “나에게도 저런 기적이 일어났으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는 예수님께서 공생활 시작 후 처음 행하신 표징에 관한 얘기가 나옵니다.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있었던 물이 술로 변하는 기적에 관한 이야기죠.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듣고 “야! 예수님께서는 기적을 행 하시는 분이시구나.”, “나도 성모님처럼 간절히 기도드리면 주님께서 기적을 보여 주시겠지?”라고 생각하며 기적에만 시선을 두기도 합니다. 그런데 초심자를 벗어난 신앙인이라면 ‘카나의 첫 표징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기적 현상에 대한 과학적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이 아니라 신앙적 질문과 나에게 있어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이겠죠. 왜 예수님께서는 ‘혼인잔치’에서 첫 표징을 일으키셨을까 요? 물이 술로 변하는 이 기적을 통해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신학적으로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고, 또 많은 것을 묵상해 볼 수 있는 오늘 복음을 천천히 읽어보며, 기적을 바라보기보다 기적을 일으키신 예수님의 마음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글 | 김태완 바오로 신부(제1대리구 복음화2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