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과 함께하신 ‘여정’은 저녁 식사로 마무리되는데, 이때 예수님께서는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루카 24,29) 하고 붙드는 제자들의 간곡한 요청을 수락하시어 제자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 순간에 그들은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루카 24,31 참조). 이 장면에서 우리는 성경과 성체성사가 이루는 불가분의 관계를 이해하게 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교회는 언제나 성경들을 주님의 몸처럼 공경하여 왔다. 왜냐하면 교회는 특히 거룩한 전례를 거행하면서 그리스도의 몸 의 식탁에서뿐만 아니라 하느님 말씀의 식탁에서도 끊임없이 생명의 빵을 취하고 신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 기 때문이다”(계시헌장 제6장 21항). 그러므로 우리는 꾸준히 성경을 읽고 성찬례 거행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수없이 많은 형태로 눈이 먼 채, 감은 눈과 냉담한 마음만 지니게 될 뿐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요한 묵시록의 가르침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주님께서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 리고 계십니다. 누구든지 주님의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 면, 그분께서 그의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먹을 것을 드 실 것입니다(묵시 3,20 참조).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성경 말씀으로 우리의 문을 두드리고 계십니다. 우리가 그분 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 마음과 생각의 문을 열면, 그분께서는 우리 삶에 들어와 언제나 우리와 함께 머무실 것 입니다”(교서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 8항).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에게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시켜 주셨고 또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의 길을 알려주셨습니다. 이제 사람이 되신 하느님께서는 다시 우리에게 말씀으로 다가오고 계시며, 우리는 그 말씀을 이 세상에 육화시켜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에 성서위원회에서는 “성경 말씀을 계시된 주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고, 교회 전례 생활 안에서 말씀을 통한 우리의 신앙을 심화시키며, 그 신앙을 공동체 안에서 구체적인 생활로 실천하는 것”이 바로 성경을 읽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말씀은 씨앗과 같아서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 마음의 토양이 기름져야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고, 또한 말씀은 등불과 같아서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사람만이 어둠 속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비추어 생명으로 이끌어 줄 수 있습니다.
글 | 이승환 루카 신부(제2대리구 복음화2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