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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2-01-06 09:17:02 조회수 : 669

저는 지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강화도에서 살았습니다. 저희 공동체는 어떻게 생태적으로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며 살아가는 수녀들의 공동체입니다. 자연 농법으로 땅을 살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교육으로 나누는 공동체입니다. 처음 이곳에 들어와서 농사가 뭔지도 모를 때, 마을 어르신들께서는 저를 가엾이 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에, 젊은 수녀가 뭔 잘못을 해서 이렇게 땅을 파고 있댜?” 혀를 차며 하시는 이 말씀에 저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나고 나서 어르신들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렇게 재미나게 사는걸 보면 잘못해서 여기온 건 아닌가벼.”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은 그냥 이웃이 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은 저희가 비료 없이, 농약 없이 농사짓는 것을 보시면서 오래 못 갈거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저희는 보다 더 자연 농업에 가깝게 가기 위해 미생물과 더 친해지고, 똥과 오줌을 사용하는 재래식 농업을 되살리려 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내버린 농법을 하나하나 되살려내려고 애쓰면서, 자연스럽게 일상 생활에도 전환을 가져왔습니다.

한 가지 예로, 저희는 오줌을 모으고 있습니다. 배설물이 밭에 좋은 거름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잘 모아서 거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수세식 변기를 한 번 내릴 때마다 11리터 이상의 물이 버려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행동은 자연스럽게 지구를 생각하는 행동이 됩니다곳곳에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를 붙여놓고 없음과 불편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실 불평하지 않게 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없음과 불편함이 우리가 되찾아야 할 인간의 품위를 기억하게 한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저희 생활방식의 전환으로 생태계 공동체가 다시 회복되는 것을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잘 돌보고, 잘 다스리는사명을 살아가는 사람인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글 | 조경자 마리 가르멜 수녀(장상연합회 JPIC분과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