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2의 성탄절’이라고도 불리는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공현(公顯, ‘나타남’ 혹은 ‘나타내어 보여줌’)이라는 표현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주님 공현 대축일은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심을 세상에 드러낸 사건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주님 공현’의 의미가 담긴 세 가지 사건, ‘동방 박사들의 경배’, ‘예수님의 세례’, ‘카나의 혼인 잔치’를 이날 기념하였습니다.
‘오늘 세 가지 기적으로 이날을 기념하였도다. 별이 박사들을 구유에로 인도하였고, 혼인 잔치에서 물이 술로 변하였으며,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구속하시기 위하여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셨도다’(성무일도 제 2 저녁기도 성모의 노래 후렴).
지금은 ‘주님 세례 축일’을 따로 지내기 때문에 우리는 ‘주님 공현 대축일’ 하면 가장 먼저 ‘동방 박사의 방문’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오늘 독서와 복음, 그리고 고유 기도문은 ‘주님 공현’의 본질적인 의미를 묵상하도록 인도해 줍니다. 바로 ‘그리스도께서 인류의 빛’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는 주제입니다.
오늘 독서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불러 당신의 백성으로 삼으셨지만(1독서), 유대인들에게 약속된 그 복음 선포가 신약에 와서 다른 민족들에게도 전파된다는 것(2독서)을 말해줍니다. 이 말씀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님 공현’이 어떤 의미인지 묵상하도록 도와줍니다. 즉, 구세주의 탄생을 알리던 베들레헴의 별빛은 또 다른 의미의 유대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두움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바라보며 하느님의 진리와 사랑을 갈망하는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한 구원의 빛이라는 점을 알려 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어 오신 것은 당신 모상에 따라 창조된 우리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되어 오신 하느님을 우리 인간이 알아보게 된 것은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우리 인간의 응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 태초부터 우리 인간이 하느님과 마주하며 끊임없이 하고자 했던 대화를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당신을 드러내신 신비를 통해 우리는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문제, 양극화 문제, 이제는 피부로 느끼고 있는 환경 문제 등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가며 수많은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지만, 그 어둠 속에서도 아직 하느님을 찾고자 하는 이들이 있고, 하느님의 사랑과 진리를 갈망하며 빛의 길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내 주위에 있는 그들을 찾아 나서는 삶, 그들에게 또 다른 예루살렘의 샛별이 되어주는 삶, 내가 만난 하느님의 사랑을 그들도 만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삶이 오늘 우리가 ‘주님 공현’의 의미를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요?
글 l 김태완 바오로 신부(제1대리구 복음화2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