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말씀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신학은 하느님에 관해서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문제는 ‘하느님이 과연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분이신가?’라는 것입니다. 사실 학문을 한다는 것은 의심을 한다는 것입니다. 누구는 하느님을 더 잘 알고 싶어서 신학을 깊이 연구했는데, 신앙이 더 깊어지기보다 오히려 혼란스러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유학할 때 만난 독일인 친구는 “독일에는 유능하고 훌륭한 신학자들은 많지만, 참된 신앙인은 적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참 놀랍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의미심장한 이야기였습니다.
우리가 단순한 지적 호기심으로 성경 말씀에 다가가면 말씀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성경이 제시하는 하느님은 속성상 인간의 인지 기능을 통해 완벽하게 인식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이 아닌 성경 공부를 통해 성경에 대한 지식만 많이 쌓여간다는 것은 신앙이 삶의 진정한 지혜로 육화되지 못한 것이고, 그 교육은 반쪽자리 교육입니다. 성경은 단순히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 탐구의 대상이 아니라 ‘실천과 수행’을 동반하는 ‘살아있는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성경은 단순히 하느님에 대한 지식 또는 이론이나 사상을 담아놓은 책이 아닙니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게 되고, 오늘 내게 하시는 그분의 말씀을 들을 수 있으며,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이끌림을 받습니다. 성경은 실제로 살아있는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오늘도 우리에게 살아계신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131항에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교회에게는 버팀과 활력이 되고, 교회의 자녀들에게는 신앙의 힘, 영혼의 양식 그리고 영성 생활의 순수하고도 영구적인 원천이 되는 힘과 능력이 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성경을 가까이할 수 있는 길은 넓게 열려 있어야 한다.”
이처럼 성경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하느님을 더 알게 하고, 하느님을 더 가까이하게 하고, 그분의 말씀에 맛 들이게 하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된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말씀을 배우고 익혔다면 말씀을 그대로 실천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삶 속에서 말씀을 실천할 때 말씀은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 되고 하느님을 전하는 도구가 됩니다. 우리가 믿음으로 성경 말씀에 다가가 그 말씀을 올바로 알아듣고 해석한다면, 분명 우리의 신앙은 깊어지고 굳건해질 것입니다. 성경 말씀은 우리를 구원의 여정으로 초대하며, 우리의 영성 생활을 발전시키는데 훌륭한 도구이자 지침서입니다.
글 l 이승환 루카 신부(제2대리구 복음화2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