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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55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요약본)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12-30 11:45:14 조회수 : 599

세대 간 대화, 교육, 노동:

항구한 평화 건설을 위한 도구


1. “얼마나 아름다운가, 산 위에 서서 평화를 선포하는 이의 저 발!”(이사 52,7)

이사야 예언자의 이 말은 내쫓긴 이들, 폭력과 억압에 지친 이들, 치욕과 죽음에 노출된 이들의 안도의 한숨을 나타냅니다. 바룩 예언자는 의아해하였습니다. “이스라엘아! 어찌하여, 네가 어찌하여 원수들의 땅에서 살며 남의 나라에서 늙어 가느냐? 네가 어찌하여 죽은 자들과 함께 더럽혀지고 저승으로 가는 자들과 함께 헤아려지게 되었느냐?”(바룩 3,10-11)


성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 통합적 발전1)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부르신 평화의 길은 오늘날 전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는 인류 가족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국가들 간의 건설적 대화를 이루고자 하는 수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을 일으키는 질병들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의 영향은 날로 심각해지고, 기아와 물 부족으로 빚어지는 비극들이 늘어나며, 나눔의 연대가 아니라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 모델들이 계속해서 득세하고 있습니다. 오래전 예언자 시대처럼 지금 우리 시대에도 정의와 평화를 탄원하는 가난한 이의 부르짖음과 지구의 부르짖음2)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습니다모든 시대에 평화는 높은 데서 내려오는 선물이며 함께 하는 노력의 결실입니다.


모든 이는 더욱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하기 위하여 함께 일할 수 있으며, 이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가정 안에서의 관계에서 시작하여 사회와 환경과의 관계로 이어지며 결국 모든 민족과 국가 간의 관계로 이어집니다여기에서 저는 항구한 평화 건설을 위한 세 가지 길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길은 세대 간 대화로, 공동 계획을 실현하는 기초가 됩니다. 두 번째 길은 교육으로, 이는 자유, 책임, 발전의 한 요인입니다. 마지막 길은 노동으로, 이는 인간 존엄을 온전히 실현하는 수단입니다.


2. 평화 건설을 위한 세대 간 대화

대화는 서로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서로 다른 관점들을 공유하며 합의를 이루고 함께 걸어가도록 합니다. 세대 간의 이러한 대화를 촉진하는 데에는, 항구하고 함께 나누는 평화의 씨앗을 뿌릴 수 있도록 갈등과 무관심이라는 딱딱하게 굳어 척박해진 땅을 갈아엎는 일이 필요합니다. 젊은이들은 노인들의 지혜와 경험이 필요하고, 나이가 더 많은 이들은 젊은이들의 지원, 사랑, 창의력, 활력이 필요합니다. 어려움 가운데에도 만약 우리가 이러한 세대 간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우리는 현재에 굳건히 뿌리내릴 수 있으며 거기에서 과거를 돌이켜 보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습니다. 과거를 돌이켜 봄으로써 역사를 배우고 때로는 지금까지도 우리를 괴롭히는 오랜 상처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미래를 바라봄으로써 우리의 열정이 자라나고 꿈이 싹트며 예언들이 깨어나고 희망이 꽃피게 됩니다. 함께하면, 우리는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습니다.”3) 


한편, 평화의 길을 함께 만들어 가는 시기에 세대 간 대화의 특별한 상황과 맥락인 교육과 노동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교육은 세대 간 대화를 위한 방식을 알려주고, 노동의 경험은 여러 세대의 모든 이가 협력하고 공동선을 위하여 전문성과 경험과 기술을 공유할 수 있게 합니다.


3. 평화의 추진력인 가르침과 교육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교육과 훈련에 대한 투자가 크게 축소되었습니다. 교육과 훈련이 투자라기보다 소모되는 비용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육과 훈련은 통합적 인간발전을 촉진하는 데에 으뜸 수단이고, 개개인이 더 큰 자유와 책임을 갖도록 하며, 평화를 지키고 증진하는 데에 필수적인 것입니다. 한마디로, 가르침과 교육은 희망, 번영, 진보를 이루는 가능성을 지닌 결속력 있는 시민 사회의 근간입니다반면에 군사비용은 냉전 시대 막바지에 들어간 비용을 넘어서는 정도로 늘어났고, 이 비용이 과도하게 증가하였다는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4)

그렇다면, 정부들이 교육과 무기에 사용되는 공공 기금의 비율을 역전시킬 경제 정책들을 개발할 때입니다. 국제적 군비 축소의 참된 길을 추구하는 것은 보건, 교육 시설, 기반 시설, 땅에 대한 돌봄 등을 위하여 경제적 자원을 더욱 잘 이용할 때에 민족들과 국가들의 발전을 위하여 이롭다는 것이 증명될 수 있습니다저는 교육에 대한 투자에 돌봄의 문화를 촉진하려는 더 큰 노력이 따르기를 바랍니다.5) 젊은 세대의 교육과 훈련에 투자함으로써, 우리는 양성에 집중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그들이 노동 시장에서 자신에게 알맞은 자리를 찾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6)


4. 평화를 건설하는 노동 창출과 보장

노동은 평화를 건설하고 지키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입니다. 노동은 우리 자신과 우리가 받은 은총뿐만 아니라 우리의 헌신,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 다른 이들과의 협동을 드러내며, 이는 우리가 다른 이들과 함께 또는 다른 이들을 위하여 언제나 일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명백한 사회적 관점에서 보듯이, 일터에서 우리는 더욱 살기 좋은 아름다운 세상을 향하여 헌신하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세계적 유행은 노동 시장에 수많 은 어려움을 야기하였습니다. 현재 전 세계 노동 인구의 삼분 의 일만이 사회 보호 시스템을 누리거나 그러한 시스템의 혜택 을 제한적으로만 받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폭력과 조직 범죄가 증가하여,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침해하고 경제를 망치며 공동 선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유일한 해답은 품위 있는 고 용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뿐입니다.

실제로 노동은 모든 공동체에서 정의와 연대를 이룩하는 토대 입니다. 그러한 까닭에, 우리는 인간의 노동을 점진적인 기술 발전으로 대체하려하는 데에 목표를 두어서는 안 됩니다. 노 동 연령에 있는 모든 이가 노동을 통하여 자기 가족의 삶과 사 회 전체에 이바지할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해결 책을 찾아내야 합니다. 기업의 진취성에 자유를 보장하고 지원 하여야 합니다. 동시에 새로운 사회적 책임 의식을 장려하는 노력을 기울여, 이윤이 유일한 판단 기준이 되지 않게 하여야 합니다.

세대 간 대화, 교육, 노동의 길을 용감하게 창의적으로 우리 함 께 걸어갑시다. 더욱더 많은 사람이 묵묵히 겸손과 용기로 날 마다 평화의 장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평화의 하느님께서 베푸 시는 강복으로 그들이 언제나 영감을 얻고 그 안에서 살아가기 를 빕니다!


바 티칸에서

2021128

프 란치스코


1)  바오로 6회칙 민족들의 발전(Populorum Progressio), 1967.3.26., 교회와 사회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4(1), 401, 76항 이하 참조.

2)  프란치스코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í, 2015.5.24.,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1(2), 49항 참조.

3) 프란치스코교황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Christus Vivit), 2019.3.25.,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19(2), 199.

4) 프란치스코4회 파리 평화 포럼 참가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2021.11.11.-13. 참조

5) 「찬미받으소서, 231프란치스코, 2021년 제54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평화의 길인 돌봄의 문화”, 2020.12.8. 참조.

6) 요한 바오로 2, 회칙 노동하는 인간(Laborem Exercens), 1981.9.14.,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02(2), 18항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