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선물’이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을 한다면, 가톨릭 교리에 지식이 있는 신자들은 ‘성사’라고 대답합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어제, 우리는 그 성사의 시작(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대축일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오늘, 교회는 이 구원의 신비가 나자렛의 한 가정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을 지냅니다.
가정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맡기신 사명이며 이 세상에 주신 ‘위대한 선물’입니다. 당신 자신을 구원의 선물로써 우리에게 내어주신 예수님도 30년이라는 시간을 가정 안에서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부모에게 순종하며 교육받으셨습니다.
부부 그리고 부모와 자식 간에 서로 주고받는 사랑 안에서는 희생과 상호증여(서로 내어줌)가 함께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은 늘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때로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그로 인해 속상할 때도 있습니다. 시련과 위기 속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예수, 마리아, 요셉의 가정은 결코 시련과 위기가 없었던 가정이 아닙니다. 다만 그 어려움의 여정을 신앙과 사랑으로 끝까지 걸었던 가정입니다. 성가정이 파스카 축제를 위해 나자렛과 예루살렘을 오가는 여정에서 겪은 일을 기술한 오늘 복음은, 가정은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끝까지 함께 걸어가는 여정임을 묵상하게 합니다.
고통은 함께 나누고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가정의 사랑. 우리 모두 가정이라는 여정이 주는 기쁨과 행복을 발견하게 되길 바랍니다.
나자렛의 성가정이 보여주는 것처럼 가정은 가장 작은 교회이며, 교회의 중심입니다. 함께 걸어가는 여정 안에서 가정은 교회를 필요로 하며, 교회는 가정을 필요로 합니다. 감염병의 위기, 지친 일상, 개인주의·이기주의, 그릇된 사회 풍조 속에서 가정의 의미가 점차 퇴색되어가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서로의 고민을 듣고 아픔을 공감하며, 위로와 격려를 통해 관계를 회복하고 치유하는 것입니다.
* 가정 사랑의 아름다움과 기쁨에 관한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 반포 5주년을 기념하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21년 3월 19일부터 2022년 6월 26일까지를 ‘사랑의 기쁨 가정’의 해로 제정하셨습니다.
글 | 이상협 그레고리오 신부(이주사목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