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
(요한 1,16)
† 소통과 참여로 쇄신하는 수원교구!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
사랑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가운데 오신 주님의 은총이
교우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기를 빕니다.
성탄의 신비는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가득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신 주님께서는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요한 1,14 참조) 분이셨습니다.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습니다”(요한 1,16).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의 은총으로 지금의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도 남습니다(로마 8,37 참조).
코로나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은 우리 모두에게 크나큰 시련입니다.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로 머지않아 이 시련을 극복하리라 희망하지만, 이미 세상은 코로나와 함께 사는 방향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정부와 국민의 노력으로 다분히 위축되었던 우리의 일상이 조금씩 활력을 되찾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다시 활력을 되찾기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아직 방심하기에는 이릅니다. 코로나 감염병의 위험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점진적으로 신앙생활의 활력을 도모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염병의 대유행과 같은 전 세계적 비극은 우리가 모두 한배를 탄 인류 공동체라는 인식을 강렬하게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리고 개인과 집단, 국가와 국가 사이에 차별과 불평등의 장벽이 얼마나 높고 견고하게 존재하는지 여실히 깨닫게 했습니다. 서로를 불신하고 배척하기 쉬운 분위기 가운데서도 단합과 일치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이 상황은, 지금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성찰함으로써 창조주의 선하심과 인류 공동선에 대한 희망과 믿음 안에 머물도록 모든 계층의 공동체와 개인을 초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교회는 모든 계층과 개인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존중과 경청, 봉사를 통하여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을 요청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청에 부응하기 위하여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세계주교시노드를 소집하시며 지난 10월 장엄하게 그 개막을 선포하셨습니다. 이번 세계주교시노드 주제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입니다. 시노드라는 단어는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생활방식과 활동 방식이 지니는 고유한 특성을 가리킵니다. 교회는 함께 걸어가는 데에서, 회중의 모임을 통하여, 그리고 모든 구성원이 복음화 사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데에서 자신이 친교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실현합니다(「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시노달리타스」, 6항 참조).
교회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기 위해서 무엇보다 먼저 지난날 교회가 짊어지고 온 성직자 중심적이고 권위적인 문화의 무게를 숙고해야 합니다. 또한 부지불식간에 교회 안에 자리하고 있는 세속화된 사고방식, 종교 근본주의, 온갖 문화적·구조적 폭력 등이 어떻게 교회 안팎에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도 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교회는 구성원 모두가 ‘함께 걷는’ 경청, 대화, 공동 식별의 과정들을 시작해야 합니다. 교회 구성원 모두는 저마다 이러한 단계들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함께 걷기’ 위하여 성령의 가르침에 우리 자신을 내어 맡겨, 참다운 시노드 정신을 따르는 사고방식을 배워야 합니다. 또한 용감하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변화의 과정들을 시작하여야 합니다(2021~2023 세계주교시노드 「예비문서」, 6항~9항 참조).
교구는 이러한 시노드 정신의 실현을 위해 사제,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참여하여 기도하고, 경청하며 함께 식별하는 다양한 장을 마련할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도 교구와 함께 걸으며 성령의 이끄심에 귀 기울여 말씀을 듣고, 대화와 나눔의 장에 함께 하며, 복음화 사명에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교회 구성원으로서 친교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실현하는 데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가운데 빛으로 오신 주님께서 우리를 재촉하십니다. 은총에 은총을 더해 주시며 우리를 파견하십니다. 이제 우리는 함께 걷는 길에 들어서야 합니다. 온갖 시련으로 아파하는 지구와 모든 피조물에게 생명과 사랑, 평화와 선의 복음을 선포하고자 하는 모든 이와 함께 연대하며 한 걸음 한 걸음 희망의 빛을 향해 나아갑시다.
“평화의 모후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