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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 in Anger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12-17 09:54:46 조회수 : 713

비행을 일삼는 중학생 아들을 둔 부모가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혼내기도 하고 매도 들어 보았지만, 아들의 비행은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어머니도 아들이 잘못할 때마다 야단쳤지만 아들은 되려 엄마에게 더 큰소리로 저항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아버지는 수도자로 있는 동생에게 아들을 보냈습니다. 수도자는 조카와 함께 열흘을 보내면서 한 번도 야단치거나 혼내지 않았습니다. 조카는 신이 나서 온 방을 어지럽히고, 마음대로 먹고 자고, 쓰레기를 쌓으며 엉망으로 생활했습니다. 수도자는 그런 조카를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열흘이 다 되어 집으로 돌아가던 날 수도자는 조카의 발에 운동화를 신겨주고 풀어진 운동화 끈을 묶어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순간 수도자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뚝뚝 운동화 끈 위로 떨어졌습니다. 놀란 조카가 삼촌을 쳐다보자 수도자인 삼촌이 아이의 눈을 가만히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나는 네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아이의 눈동자가 흔들렸습니다. 돌아온 아들은 더 이상 비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화내기 위해 화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화내는 사람의 깊은 마음속에는 평화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 들어있습니다. 오히려 화는 평화로운 마음과 평화로운 삶을 살기 위해 선택하는 수단적인 감정일 뿐입니다. 화의 목적은 화가 아니라 평화입니다. 화를 낸 아이 부모의 목적도 아이와 평화롭게 사는 것이고,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화를 표현한 수도자의 목적 역시 아이가 평화롭게 사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는 목적을 잊고 수단에 초점을 맞추었고, 수도자는 목적에 초점을 맞추어 가장 적절한 수단을 찾아낸 것이 차이였습니다.

 

화는 욕구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이 수단이 폭력적인가 비폭력적인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의 부모처럼 폭력적으로 화를 드러내는 것을 표출이라 합니다. 이에 비해 수도자처럼 비폭력적으로 화를 드러내는 것을 표현이라 합니다. 표현은 말로 이야기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차가운 이성으로 뜨거운 분노를 담는 것이 핵심입니다.

 

화날 때 스스로 자신에게 평화!’라고 조용히 한마디를 해주면 화를 가라앉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평화라고 말하는 순간, 지금 내가 왜 화를 내는지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화의 목적은 언제나 평화입니다. 그래서 화는 평화의 가장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좋은 화가 좋은 평화를 만듭니다.

‘Peace in Anger’, 분노 속에 늘 평화를 담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입니다. 평화를 빕니다.


| 이서원 프란치스코(한국분노관리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