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귀한 기회를 얻어 이 지면에 가난과 격차에 대한 글을 실어왔습니다. 그런데 의문이 듭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세대가 고통 속에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요? 이 모든 일을 국가나 기업에 맡겨두고 손을 놓고 있어도 되는 걸까요? 막상 행동을 시작하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코로나19가 오기 전의 일입니다. 제가 속한 서울 대방동 본당 신자들은 ‘기술혁신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난’에 관심을 갖고 실천할 방법을 찾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1년 동안 ‘4차 산업혁명과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교회’라는 제목의 대화모임을 이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연을 듣고 ‘새로운 형태의 가난’이라는 우리 시대의 문제를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구역과 단체 등 다양한 모임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구체적인 문제는 무엇이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소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는 다양했습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기기가 너무 빨리 발달하면서 어르신들이 소외되는 문제’가 지적되고 나면, 청년들이 나서서 ‘디지털 기기 교육을 진행하자’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일자리가 불안정해져서 소득 불안이 커지는 문제’가 지적되고 나면, ‘정부가 기본소득 등을 보장하도록 요청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기도 하고, ‘우리가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 나서서 도움을 드려야 한다’는 의견이 덧붙여지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에 이 모든 토론 결과를 모아, 다 같이 나누는 전체 토론회를 진행했습니다. 여기까지 진행한 뒤, 그 결과는 책으로 출판했습니다. 나왔던 이야기 중 일부는 본당 사업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기술혁신이 가난의 양상을 바꾸었던 것처럼, 코로나19는 다시 한번 그 모습을 키우고 바꾸었습니다. 소득과 재산과 교육까지, 가진 사람은 더 갖게 되고 뒤처진 ‘코로나 격차’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플랫폼 노동자,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 심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처럼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겪는 분들도 늘어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끊임없이 가난과 불평등을 해소할 것을 촉구하고 계신 것도 이런 현실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고 있는 가난과 불평등에 대해 대화를 시작할 때입니다. 함께하는 실천의 출발점은 ‘함께하는 대화’입니다.
글 | 이원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LAB2050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