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멋져!” 입에서 이런 말이 절로 튀어나왔습니다. ‘판교 신혼부부’라는 유행어에 대한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였습니다. 네, 집값·땅값이 많이 올랐다는 경기도 성남의 판교입니다. 돈 잘 번다는 기업들이 즐비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곳에 사는 신혼부부는 우리 사회에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것을 모두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아마 이 부부는 둘 다 멋진 벤처기업에 다니는 것 같습니다. 어쩐지 주식이나 스톡옵션도 두둑이 받아 부자 대열에 들어섰을 것 같습니다. 비싼 아파트도 소유하고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신혼부부가 사기는 어려운 가격입니다. 그러니 양가 부모님도 부유한, 유복한 가정인 것 같아 보입니다. 그 집에는 세련된 유럽풍 가구가 가득할 것 같고요. 그 부부는 음식도 유기농이나 친환경만을 고집할 것 같고, 요가나 헬스를 즐기며 건강도 잘 챙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설명을 좀 더 듣다 보니, 이제는 아파트에 사는 신혼부부들은 스스로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네요. 타운하우스에 살아야 한다고요.
그렇지요. 취직해 월급을 타면 집 가진 사람들이 제 앞줄에 서 있습니다. 허덕이며 빚내어 집을 사고 나면, 주식과 스톡옵션 가진 이들을 쫓아가야 할 것 같아요. 그들마저 따라가고 나서도 건물주가 되어야 할 것 같아 초조합니다. 판교로, 대치동으로, 압구정동으로 뛰어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신 멋져!”라고 외치려다가, 조금 씁쓸해졌습니다. 요즘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느껴져서입니다. 좀 더 많은 돈을 벌고, 좀 더 많은 재산을 갖고, 좀 더 좋은 물건을 사서 쓰는 데에 너무 매달려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오늘은 인권 주일이고, 사회교리 주간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사회교리의 핵심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입니다.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대림 제2주일이기도 하네요. 예수님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라고 늘 강조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오신다면, 판교나 대치동보다는 서울역 뒤편 동자동 쪽방촌이나 반지하 방이나 고시원이나 소멸되어가는 농어촌에 먼저 오시지 않을까요?
참, 생각해 보니 “당신 멋져”에는 다른 뜻도 있습니다. ‘당당하고, 신나고, 멋지게, 져주자’입니다. 한동안 건배사로 유행했던 이야기이지요. 올해 연말에는 이 건배사를 외치면서, 가난한 사람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쪼개, 쪽방촌과 고시원에 사는 분들을 위해 나누어 보면 어떨까요?
글 | 이원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LAB2050 대표)